우리 둘은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 또는 인생의 무거운 이야기라고 우리 스스로 착각하는 이야기를 오래오래 나누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오래전 각자의 인생에 등장했던 누군가와 지금의 등장인물의 공통점을 찾아내기도 하고, 우리가 찾은 인생의 비밀 같은 것들을 서로 공유하기도 하지. 때로는 무논리에 아주 감정적일 때도 있어. '아니, 그냥 지금 내 생각이 그렇다는거야.' 근데 재밌는건 그렇게 오래 오래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듣고, 말하다 보면 항상 우린 깔깔거리고 있다는거야. 그래서 난 자주 혼자 너와의 대화를 복기 하면서 웃어. '어떻게 그 타이밍에 그런 말을 해서 사람을 웃기는거지?'
뭐 웃기기만 했겠어? 넌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었고, 그 기회가 허락된 유일한 사람이었는걸. 그리고 거짓말처럼, 나는 부지런히 18년이라는 세월동안 그 기회를 잘 써먹은 것 같아. 너라는 사람이 나와는 너무 달라서 조금의 대화만으로도 내 세계가 넓어지는 것 같았던 우리의 처음이 있었지. 그 당시의 충격은 말야, 아직 살면서 내가 그 누군가에게서도 받아보지 못한 성격의 감정인 것 같아. 그리고 이제는 긴 시간 너를 지켜보고, 들어주며 처음의 충격은 '이해와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지. 그렇게 18년을 함께했는데 말야. 여전히 나는, 너를 잘 모르겠다 싶을 때가 많아. 그래서 난 다시 자주 너와의 대화를 복기 하면서 생각해. '어떻게 거기서 그런 생각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무엇이 이유가 되었을까?'
힘들어 하는 너에게, 나는 인생의 '때'가 그 문제라 하고, 너는 '네 안의 문제'가 더 크다고 말하지. 그래서 내가 너에게 건네는 위로는 초식 동물이 육식 동물에게 뜯어다주는 풀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어. 각자의 한계가 있는거겠지. 그래도 그 한계를 극복해 보고자 나는 여전히 노력해. 친구라 함은 어떤 상황에서든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게 맞다고 말하는 너라는 사람에게는 나도 그만한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어. 사실 난 그 또한도 너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노력해볼게. 네가 세상 속에서 너무 외롭지 않도록. 어떤 날에도 난 네 옆에서 너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되어보겠다는 목표로 난 너를 이해하는 일을 계속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