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주 동안 아몬드 크로아상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 밀가루 끊은 사람으로서 이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젓다 다시 밤마다 아몬드 크로아상 맛집, 아몬드 크로아상 카페만 내리 검색하기를 반복. 그러다 학기 브레이크를 맞아 마침내 베이커리 카페를 찾았다. 카페를 찾아오는 내내 벅찬 행복에 만면에 미소가 지어졌다.
- 이미 밀가루를 먹기로 큰 맘을 먹었는데 롱블랙 한잔이 대수일까. 아몬드 크로아상 첫 한 입에 롱블랙 첫 한 모금에 다시 만면에 미소가.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이건 내가 먹고 싶던 바삭하고 따끈한 아몬드 크로아상이 아니다. 눅눅하고 빵이 그래봤자 빵이다 싶다. 그럼 대체 밤마다 내가 보고 그렸던건 뭐였을까. 세상에서 가장 바삭하고 달콤함이 흘러넘치는 유니콘 같은 크로아상 아니었을까.
- 역시 갈망하는 동안 대상은 가장 매력적이다.
- 갈망하고 기대하는 동안 궁금해하고, 설레고, 그걸 얻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다 막상 그것을 얻게 되면 고작 이 일에 그 오랜 시간 내가 헌신했다는 사실에 씁쓸해지는 누군가가 있다고 해보자. 그 사람에게 다음 과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갈망하는 과정은 나름대로 의미 있었고 그렇기에 다른 무언가를 계속 갈망하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갈망의 대상이 무엇이든 끝내는 큰 의미가 없으니 힘을 좀 빼고 살라고 해야할까.
- 나에게 천국의 맛처럼 보이던 아몬드 크로아상은 몇 개의 빵 쪼가리로 남아 카페 직원에게 건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