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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네 Choi Jun 08. 2024

똥 만드는 기계라는 오해

당신은 쓸모와 가치에 대하여


“이거, 똥 만드는 기계 아니여?”


중학교 때 한 선생님이 시험을 못 본 학생들이나 수업시간에 떠든 학생들을 혼낼 때 습관적으로 하시던 말입니다. 그때는 이 말이 인격모독의 좋은 예라고 생각했었는데, 인생을 살다 보니 ‘나는 똥 만드는 기계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날들도 있더군요. 다른 사람에게 정말 듣고 싶지 않은 인격모독의 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니, 허탈한 웃음이 나옵니다.


아무도 내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가사와 육아, 혹은 취업 준비나 어떤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는 것처럼 티가 나지 않는 일을 하다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시원치 않았을 때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는 누가 알아주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당신의 일에 대해 모르고 또 당신만큼 관심도 없으니까요.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기에 바쁩니다. 그래서 결국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가치는 당신 스스로가 알아봐 줘야 합니다.


로고테라피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경험에는 가치가 있으며 가치는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닌 개인이 가진 경험으로 정해집니다. 당신이 직장에서 얼마를 받고 있든, 경제 활동을 하든 안 하든, 친구가 많든 적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과 관계없이 당신의 경험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 됩니다. 이런 주장을 한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모든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빼앗겼지만 경험만은 빼앗기지 않았노라고 이야기합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네요. 당신의 경험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에 그 경험이 당신을 가치 있게 만들어줍니다.


세스 고딘은 <트라이브즈>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도 당신에게 리더 자격증을 발급해주지 않는다. 그냥 하면 된다.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당신의 가치도 이와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삶이 가치가 있다 혹은 그렇지 않다고 왈가왈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도 없고요. 가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 경험의 당사자인 당신뿐입니다.


똥 같다고 느껴지는 현실, 그 똥 같은 현실조차도 당신이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당신만의 경험입니다. 그러니 '나는 똥 만드는 기계가 아닐까?'라는 오해를 풀고 '나는 오늘도 경험을 만드는 가치 있는 존재야'라고 스스로를 바라봐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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