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교사로서 학교에 근무하며 칭찬받는 일
나는 초등학교 교사다. 교직에는 9년째 몸을 담고 있다.
교직의 특성상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일명 '여초직장'에서 나는 남성으로 근무하면서 알게 모르게 혜택을 많이 받았다.
선생님들끼리 수업을 마치고 회의나 티타임을 할 때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주변 미혼 여자 선생님께 부부교사를 추천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교사 남편은 일찍 끝나니 집안 일도 '도와주고' 좋다."
"교사 남편은 육아휴직 들어가기 좋으니 아이 키우기 좋다."
"교사 남편은 아이도 잘 보고 가정적이다."
"교사 남편은 나중에 승진도 하고 얼마나 좋아.'
옆에 조용히 앉아있는 나는 그런 칭찬과 같은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다.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내가 아닌 어느 남자 선생님이 앉아 있어도 그 이야기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육아와 가사노동에 참여는 성별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육아와 가사노동은 성별과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가 육아와 가사노동에 참여했을 때
칭찬과 스펙, 자랑거리가 되는 것은 언제나 남자 쪽이다.
그럼 여자는 칭찬, 스펙, 자랑거리가 안되냐고?
안타깝지만 아니다.
물론 예외야 있겠지만 한국 사회의 육아와 가사노동에 대한 인식 수준은 예외가 아닌 평균이 결정한다.
여자가 육아와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적인 소양으로서 당연히 요구되는 덕목이 된다.
여자가 육아와 가사노동에 지친 모습은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며 이런 모습에 연민을 느낀 사람은 남편에게 (무려) 도와달라고 좀 하라 말한다.
남자가 육아와 가사노동에 지친 모습은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훌륭해 보이고 가정적으로 보인다.
출근 전 아침밥을 차리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자 선생님이 아침밥을 차리느라 너무 바쁘다 하면 주변 선생님께서는
"고생했네" 한마디 한다.
남자 선생님이 아침밥을 차리느라 너무 바쁘다 하면 주변 선생님은 놀라며
"그걸 매일 해?"
"아내는 진짜 좋은 남편 만났네. 부럽다"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한쪽은 칭찬의 말을 듣고 한쪽은 연민의 말을 듣는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어도
남자 교사는 다른 사람에게 부부교사로서 참 칭찬을 많이 받는다.
나는 정말 많은 칭찬을 들으며 교직생활을 한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왜?
가만히 있어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도
주변에서 올려치기를 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