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여행은 어디로 갈건데?

[퀘스트] 여행지를 결정하시오

by 방망디

어느덧 회사에 입사한지도 3달이 지났다. 1년도 반의 절반이 지나 벌써 여름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3개월간 아무 생각 없이 회사-집을 반복하며 무작정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 슬슬 여행을 계획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사실 여행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기 보다는 첫 사회생활의 쓴맛을 겪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 숨어든 지뢰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조마조마 삶을 잊고 여행으로 자유로운 미래의 나를 꿈꾸며 다가올 행복을 찾고 싶었다. 네이버에 있는 온갖 여행카페를 가입하고 미지의 나라를 하나하나 탐험 할 때마다 막연히 꿈꾸던 미래가 점점 구체화됐다.


처음으로 장기로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니 가고 싶은 여행지들이 정말 많았다. 한참 꽃보다 청춘으로 대학생들에게 인기 여행지로 부상한 동남아, 대학생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다고 꿈꾸었던 유럽, 자유와 새로운 트렌드를 느낄 수 있는 미국까지. 여름밤이 가까워질 때마다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도 하나씩 늘어가고 있었다.


막연히 노트에 가고 싶은 여행지와 그곳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적었던 날 드디어 결심을 했다.


"좋았어. 이번에 동남아시아 일대를 쭈-욱 돌고 오자. 그러니까 날짜는 한 2달로 잡고 태국, 베트남, 라오스까지 1타 3피로 여행하고 와야지!"


가난한 휴학생이었던 내가 동남아시아를 여행지로 정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때 내가 생각한 여행 계획은 다음과 같다.


[여행기간 : 60~70일 사이, 여행경비 : 300만 원 (단, 항공권 별도)]


넉넉한 여행기간과 적은 예산으로 갈만한 여행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라는 동남아를 선택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물론 동남아도 땅이 넓어서 결코 만만하지는 않았지만 ^^!) 가고 싶었던 많은 여행지를 뒤로하고 일단 여행지를 정하고 나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태국과 관련된 네이버 여행 포스팅을 읽고 있었다. 블로거 A의 블로그에서는 방콕 여행을 몇 개의 포스팅이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여행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보니 블로거 A는 단순 일상을 포스팅하는 블로거가 아닌 여행을 좋아해서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블로거였다. 태국을 시작으로 라오스, 베트남, 중국 등 여행블로거 A의 여행지를 졸졸 따라 함께 여행을 했다. 필요한 정보는 메모를 해우고, 안타까운 소식에 함께 웃고 즐거운 일에 함께 웃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기를 읽다 보니 그동안은 신경 쓰지 못했던 낯선 카테고리를 하나 발견하였다.


'산티아고 순례길'


바로 프랑스부터 스페인까지 이어진 성지순례길이었다. 프랑스 남부의 피레네 산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 '생장 데 피에르 포트'부터 예수의 제자인 야곱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산 넘고 강을 넘어 800km를 걷는 성지순례길. 800km를 이르는 길을 34일간 매일매일 20km ~ 30km 사이를 걸으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도착하는 그 길을 여행했던 일기를 훔쳐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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