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세계여행을 위한 돈을 모아보자
무작정 휴학을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대로 계속 학교를 더 다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 하나로 대학 생활의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을 뿐이었다.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의 나는 모아둔 돈도 없고, 직장도 없고, 계획도 없이 흐릿해져 가는 꿈 하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방에서 신세나 한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침대에 누워 구인구직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편의점 알바는 월급이 조금이라서 싫고, 그나마 해봤던 마트에서 하는 판촉 알바는 근무기간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싫고, 카페 알바는 바쁠 것 같아서 싫고. 당장 일자리를 찾으려고 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재면서 내 맘에 쏙 드는 일자리가 내 앞에 찾아올 거라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은 돌고 돌아서 전화 한 통으로 돌아왔다. 내 핸드폰을 울린 사람은 엄마였다. 엄마의 지인분의 아시는 분이 타지에서 사업을 하시다가 청주에도 사무실을 얻었는데, 사무실에서 일할 직원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돌고 돌아 우리 엄마에게까지 온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 엄마는 바로 '우리 민지, 거기서 일하면 딱이겠다. 요즘 놀잖아. 내가 한 번 물어볼게.'라고 말하면서 그 비었던 자리에 이력서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름이 뭐라고?"
카페를 채우는 숨 막히는 공기 그리고 태어나 처음 맞이해보는 상황에 긴장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곳은 바로 믿음의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면접장이었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간단하게 이뤄진 면접은 두려우면서도 친근했다.
경상도 사투리를 심하게 사용하셨던 사장님은 거치면서도 친근함이 느껴지는 태도로 아주 간단한 몇 가지들을 질문하셨다. 사무실과 우리 집이 가까운지, 다룰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근무시간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들까지.
"네, 그래서 정확히 제가 어떤 일들을 하면 되는 거라고 하셨죠?"
앞으로 1년. 여행 자금을 모을 때까지만 있을 곳이었지만 이왕 하게 된 일이라면 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일었다. 게다가 지금 면접을 보고 있는 지금까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들은 것은 '사무실에 있을 사람이 필요하대'정도였다. 그러니까 저를 필요로 하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사무실에 오는 전화받고 메모해두고, 사무실에 사람이 오면 안내해주고 하는 그런 일이지. 그러니까 그냥 간단히 사무보조라고 생각하면 돼!"
간단히 사무보조의 업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제대로 알 수 없었던 휴학생은 그렇게 나는 연봉 1800만 원짜리 사무직원이 되어있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어리바리 공듀님은 어느 날은 한 장 짜리 서류를 하루 종일 걸려서 만들기도 하고 어느 여름날은 첫 야근을 기념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이기도 하며 세계여행을 위한 적금통장에 차곡차곡 돈을 모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