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그게 뭐예요?

[퀘스트] 여행지를 변경하시오

by 방망디

살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시중에 나온 수많은 여행서적 및 여행 에세이를 꽤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그래서였을까, 블로거 A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는 하나부터 열까지 특별하고 신선한 느낌이었다.


자기 몸만 한 배낭을 지고 아침 이슬과 함께 20km를 걸어간다는 무'모'한 도전.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이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사람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검색하면 검색할수록 내게 보이지 않던 순례길의 매력이 점점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날은 한국에서 쉽게 보기 힘든 드넓은 평야가 주는 개방감에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또 다른 순례 일기를 읽을 때면 35일 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순례길을 걸었던 순례 친구들과 주고받는 우정에 마음이 먹먹했고 그들이 함께 또 따로 걸으며 결국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해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에는 나는 감히 도전하기 어려운 것을 성공한 것에 대한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마음의 추가 점점 스페인으로 기울수록 머릿속은 치열하게 스페인으로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세고 있었다. 지금 스페인으로 떠나게 된다면 일을 해야 하는 기간이 적어도 몇 개월은 더 늘어날 테고 더 일하는 만큼 처음 계획했던 다음 해 1학기 복학은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았다. 몇 개월을 더 일을 하고 유럽으로 떠날 것이냐 아니면 처음 계획했던 대로 올해 안에 여행까지 마무리할 것이냐.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고민은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해결되었다. 매일 습관처럼 항공권 가격비교 서비스 검색을 했던 날이었다. 최애인 태국-인천행, 차애인 스페인-인천행을 입력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최저가를 찾아보았다.


"태국은 에어아시아(LCC)로 40만 원 정도고... 으응? 스페인이 67만 원? 영국항공(FSC) 67만 원!!!!!!?"


사실 꿈의 여행지였던 유럽을 가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처럼 신기하게 유럽 왕복 비행 편이 내 예산안에 가격으로 나와있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이건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라는 우주의 신호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좋다는 4월 항공권을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니!


꿈에 그리던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날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거머쥔 행운을 조잘조잘 늘어놓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이전 03화그래서 여행은 어디로 갈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