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여행의 기대치가 늘었습니다 (+999)
몇 번이고 이번 여행은 우리가 함께 갔던 일본 여행처럼 먹고 마시고 노는 여행이 아니고 먹고 마시고 '걷는' 여행이라고 말을 했지만 이미 굳은 결심을 마친 동생은 흔들림이 없었다. 내심 처음으로 떠나는 먼길을 혼자 가기 무서웠던 터라 속으로는 동생과 함께 할 여정에 안도했지만 겉으로는 '혼자 여행 갈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진 게 아쉬운 것처럼 화를 냈다.
함께 떠날 동생의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줄 때도, 산티아고로 떠나는 기차표를 예약할 때, 하이킹 용품을 살 때마다 나는 동생을 향해 의미 없는 분풀이를 하며 툴툴거렸다.
"아, 진짜. 혼자 가려고 했는데. 혹 생겼어."
유럽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면서 했던 말이었다. 800km를 걷는 까미노 길 위에서 입고, 쓰고, 먹을 것들을 하나하나 배낭에 넣으면서 동생을 향해 이번 여행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주었다.
"이번에 가는 여행은 유럽여행도 유럽여행인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려고 가는 거야."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에 있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스페인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걷는 거야. 800km 걷는 동안 너 힘들다고 징징거려도 얄짤없어. 나 무조건 계속 걸어갈 거야. 알겠어?"
평소에 체력이 약한 동생에게 몇 번이고 오랫동안 기다려온 나의 꿈의 여행을 망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지만 사실 그건 나에게 하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내 1년을 갈아 넣었으니 그만큼 나는 최대한의 효율과 경험을 느끼고 오겠다는 결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절대 포기라는 없을 것이라는 나의 다짐이었다.
그 다짐의 끝은 산티아고 길 위에서 삶의 지침을, 방향을 꼭 얻어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산티아고에서 쓸 물건들을 배낭에 넣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나를 무겁고 버겁게 만든 것은 그 길 위에서 쓸 물건들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담아져 가장 많은 무게를 자랑하며 어깨를 짓누르던 것은 그 길에서 무언가를 얻어가고야 말겠다는 내 욕심이었다. 투자 대비 효용을 뽑겠다는 내 욕심. 그 욕심은 작은 씨앗으로 인진지 양말과 스포츠 타월 사이에 숨어들어 내 가방 안에 들어와 모든 여행을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