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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Nov 09. 2023

한강과 북한산의 재발견

행주산성 역사누리길


최근에 트레킹 할 만한 곳을 찾다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행주산성이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마침 집에서도 가까운 곳이라 부담없이 여행을 다녀왔다.


경의중앙선 능곡역에 내린 뒤에 역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11번 버스를 갈아탔다. 버스 배차간격도 10~20분으로 짧은 편이고, 행주산성까지 5분 밖에 걸리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버스는 평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있는 승객마저도 모두 행주산성을 가는 사람들이었다.


행주산성 정류장에 내리니 정문인 대첩문이 보인다. 하지만 트레킹을 할 것이었기 때문에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행주산성 역사공원주차장으로 우회한다. 네이버 지도에 주차장이 검색되어 안내하는 대로 10분 정도 걸었더니 금새 도착했다. 주차장 끝자락에 ‘행주산성 역사누리길’이라는 큰 현판과 함께 둘레길 입구가 조성되어 있었는데, 이 지점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전체 코스에 약 1/3에 해당하는 처음 30분 정도는 한강변을 끼고 걷는 오솔길이 이어졌다. 이전에 방문했을 때는 못 느꼈는데, 둘레길을 따라 걸으니 새삼 한강과 가깝다는 사실이 체감되었다. 행주산성은 한강 하구와 창릉천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있어 길을 걷는 내내 탁 트인 한강의 경치를 조망할 수 있었다. 내가 걷는 방향에서는 방화대교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제대로 된 한강 뷰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서울에도 한강을 즐길 수 있는 포인트(한강공원 등)는 많지만, 사람이 거의 없이 고요한 한강을 즐길 수 있는 건 행주산성 둘레길만의 매력이었다.


오솔길이 끝나고 세 개의 길이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내가 걸어온 길을 제외하면 하나는 창릉천을 따라가는 데크길이고, 다른 하나는 본격적으로 산성을 오르는 계단길이다. 마음은 데크길을 향했지만, 코스를 따라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정자 진강정까지의 10분 정도는 꽤 힘이 들었는데, 전체 트레킹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사실 행주산성이 위치한 덕양산은 해발 125m밖에 되지 않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가파른 오르막은 이 구간에 몰려 있었다.


진강정에 도착하니 정문에서 올라오는 코스와 합류가 되기 때문에 슬슬 다른 여행객들도 눈에 띄기 시작한다.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3대 전승지라는 남다른 역사적 의미가 있다보니, 길을 따라 걷다보면 여러 유적들을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행주대첩비. 산성 내에는 총 3개의 기념비가 있는 데 정상에 위치한 것이 가장 최근에 지어졌으면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한편 정상에서는 멀리 솟아있는 북한산도 조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한강과 비슷한 맥락에서 북한산 역시 서울에서 바라보는 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행주산성이 위치한 덕양구(고양) 일대는 아무래도 서울만큼 개발된 지역은 아니다보니, 북한산을 바라볼 때 비닐하우스 밭이나 나무가 우거진 얕은 산들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 그 동안 빽빽한 빌딩 숲 뒤로 병풍 역할을 하는 북한산만 보았다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산할 때는 정문으로 이어진 토방길을 따랐다. 행주산성이 고양시의 대표적인 여행지다보니 대도시의 모든 관광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었다. 토방길은 최근에 정비를 했는지 깔끔하게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었고, 이 길을 따라 관광카트가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덕분에 둘레길이 아니더라도 어르신들과 나들이를 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행주산성 부근의 특색있는 먹거리도 트레킹에 힘을 보탠다. 일산 신도시에서 살짝 비켜져 있는 이 일대는 오래전부터 지역 토박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심지어 일산 사람들에게도) 웅어회, 어탕국수 등의 향토 음식이 먹어 볼 만하다. 아쉽게도 나는 시간대가 애매했던지라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지만, 누군가에게 추천을 할 수 있다면 닭백숙 같은 평범한 트레킹 음식말고 향토 음식을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행주산성은 대도시에 딱 어울리는 트레킹 코스였다. 서울에서의 접근성도 좋고, 산이 높지 않아 코스를 완주하는 데 부담스럽지도 않았다. (한 바퀴를 도는 데 1시간 반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단순한 등산로로 치부하기에는 행주산성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북한산과 한강의 경치가 기대이상이었다. 자주 오기는 어렵겠지만 왠지 이번이 마지막 방문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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