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치던 밤에...

by 손서영

지난 겨울 연이은 한파에 최저기온이 영하 12-14도까지 떨어지던 날이 있었다. 그 겨울 바람한점 피할 길이 없는 보호소를 엄마와 열심히 봉사를 다녔다. 아이들 옷도 입혀주고 꽁꽁 얼어붙은 물을 더운 물로 갈아주고 담요도 집에 넣어주고...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지만 우리의 노력이 무색하게 날씨는 점점 더 아이들을 꽁꽁 얼리고 있었다. 천막이라도 쳐주고 싶었지만 여자 둘이 보호소의 케이지를 전부 천막을 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미미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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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10401_153253549.jpg 하울이가 처음 우리집에 왔을때에는 풀씨가 엄청 나게 붙어 있었다. 아래 사진은 가위로 대충 잘라준 모습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 강추위를 뚫고 새로운 아이 둘이 입소하였다. 둘은 서로를 부등켜안고 추위에 떨고 공포에 떨며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견사 안에 마련된 집은 이미 다른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이 아이들은 영하의 날씨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오롯이 견뎌야 했다. 며칠 뒤에 이 두 아이는 성별이 달라 서로 헤어져서 각자의 견사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그나마 서로의 체온에 기대던 것 마저 할 수 없어지게 된 아이들을 두고 나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KakaoTalk_20210401_153227499.jpg 노을이가 우리 집에 왔을 당시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다른 아이들은 간식과 사료를 베불리 먹고 집에 들어갔는데 집을 배정받지 못한 이 두 마리는 그저 꽁꽁 얼어붙은 몸을 잔뜩 웅크릴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늦은 저녁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내방으로 건너왔다. 한파의 절정에 다다른 날이라 점점 무서울 정도로 날은 추워졌다. 나는 그 아이들이 걱정되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너무 추운 것 같아. 애들 데려오자~” 간단한 통화를 한 뒤 엄마와 함께 다시 보호소로 향했다. 그리고 웅크리고 있던 아이 둘을 안아올렸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않고 까만 눈으로 날 쳐다볼 뿐이었다.


KakaoTalk_20210401_153123499.jpg 쌍둥이 같이 옷을 입고 따뜻한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데리고 온 아이 둘은 보호소에서 목에 걸어준 방울을 달고 따뜻한 내 방에 입성하였다. 보호소에서 들리지 않던 방울 소리가 내 방에 오자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하얀색의 털이 잔뜩 뭉쳐있던 아이는 ‘하얀 방울’을 줄여서 ‘하울’이라고 이름을 짓고 노란색의 눈물 자국이 선명한 아이는 ‘노란 방울’을 줄여서 ‘노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하울이는 털이 심하게 뭉쳐있고 뭉친 털에 뾰족한 풀씨가 잔뜩 묻어있었다. 그 가시같은 풀씨가 하울이를 아프게 할 것 같아서 다음날 털을 밀어주었다. 모두가 눈복이 미용 사건으로 알다시피 나의 미용 실력은 형편없기에 며칠 뒤 부모님은 말없이 미용실에 데려가셔서 미용을 하고 돌아오셨다.


KakaoTalk_20210401_153213597.jpg 내가 심혈을 기울여 미용을 했지만 부모님은 미용실에 아이를 맡기셨다... ㅠ


노을이는 눈물을 흘릴 일이 많았는지 눈물 자국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나는 눈물자국 지우는 용액으로 틈만 나면 닦아 주었다. 예전에 얼룩이도 눈물 자국이 심한 채로 우리 집에 왔는데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 그때처럼 눈물 자국이 지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관리해주었다. 그러자 노을이도 이제는 눈물 자국도 지워지고 눈물도 흘리지 않게 되었다. 순이도 우리집에 살면서 눈물 자국이 없어졌는데 정말 애들이 힘들면 눈물을 흘리는 건지... 그저 우리 집에 오면 눈물이 멈추고 자국도 없어지는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KakaoTalk_20210401_152717662.jpg 눈물자국이 없어진 노을이다. 이제는 하얀 얼굴에서 빛이 난다.


노을이랑 하울이는 아직도 단짝이다. 둘이 어디든 함께 가고 항상 둘이 장난을 치고 있다. 다만 예전에는 꼭 같이 잤는데 지금은 서로 편한 곳에서 같이 자거나 따로 자거나 한다는 것이다. 친구들이랑도 사이가 좋아서 바둑이, 얼룩이, 소복이, 꾀복이랑 잘 지내고 있다. 특히 하울이가 인기가 좋아서 항상 친구들에게 둘러 쌓여 있다. 그에 비해 노을이는 내 껌딱지다. 밖에서는 하울이랑 잘 놀지만 집에 들어오면 내 옆에 항상 붙어 있는다. 그리고 뽀뽀쟁이다. 내가 주저앉아 다른 아이들을 만져주거나 하면 다가와서 엄청난 뽀뽀 세례를 퍼부어 결국에는 노을이를 예뻐해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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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10401_152938262.jpg 둘이 아주 찰떡 궁합이다. 너무 잘 지내줘서 나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하울이와 노을이는 너무나 가혹했던 지난 겨울을 우리 집에서 무사히 지냈다. 지금은 우리집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놀고 열심히 먹고 열심히 자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여기는 비가 내리고 있다. 아이들은 비를 피해 다 내 방에 모여들어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꿈나라 기차를 타고 여행 중이다. 그간 손님이 2박 3일간 머물러서 우리 아이들이 적잖이 스트레스도 받고 피곤하기도 했을텐데 나와 아이들만 남은 이 곳이 이제야 고요해진 것 같다. 노을이와 하울이도 손님 맞이에 여념이 없었는데 이제 마음편히 다리 피고 자는 것 같아 보기에 좋다. 나도 비를 핑계삼아 하울이, 노을이나 끌어안고 뒹굴뒹굴하고 있어볼까 한다.


KakaoTalk_20210401_152828995.jpg 아이들 사이에 너무 잘 있어주는 하울이가 나는 너무 고맙고 기특하다. 근데 미용사분들이 확실히 잘 하시기는 한 것 같다. 너무 이쁘다 내 하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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