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메이플 시럽 한스푼에 우유를 듬뿍 넣고 마지막에 시나몬 파우더를 뿌리면 나만의 ‘달달 커피’가 완성된다. 달달 커피는 나에게 너무 달지도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는 딱 적당한 정도의 단맛을 낸다. 그래서 나는 달달 커피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조금씩 홀짝거리며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일을 할 때 꼭 커피숍에 가서 일을 하고는 했다. 커피숍의 분위기도 좋고 사람 구경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커피숍에 더 이상 가지 않게 되었다. 출근 이외에는 왠만해서는 외출을 하지 않고 아이들과 있어 주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위로해주는건 내가 만든 달달 커피이다. 어디 커피숍 못지 않은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잔잔한 노래를 틀어놓고(시끄러운 음악을 틀면 애들이 짖는다. 시끄럽다고...) 아이들이 잠이 들고 나면 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갖고 있으면 자다가 깬 애들이 책상 밑에서 나를 톡톡 치거나 갑자기 고개를 불쑥 내민다. 한참 쓰다듬어 주면 다시 자기 자리로 가서 잠이 든다. 자다가 깨면 왜 나한테 꼭 들리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뜨면 무조건 내 곁에 오고 보는 아이들이 나는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근데 이렇게 아이들을 만져주다 보니 나의 손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손에 습진이 심해진 것이다. 엄마는 아이들을 만질때에도 장갑을 끼라고 하시는데 나는 내 맨손으로 만져야 교감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잘 안된다. 그러다보니 손이 자꾸 더러워지고 그래서 자주 씻으면 습진이 더 심해지고... 악순환이 되고 있다. 애들은 그냥 쓰다듬어 주는 것도 좋아하지만 손끝으로 털을 뒤적뒤적해주는 것도 좋아한다. 하도 뒤적뒤적 해주다보니 그 부위의 피부가 자꾸 트고 피가 나고 그런다. 예전에 비해 손도 많이 굵어지고 손도 거칠기가 말도 못하다. 핸드크림을 신경써서 발라야 하는데 자꾸 잊어버리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고 애들을 눈과 입으로만 사랑한다고 표현하기에는 내 감정을 다 담아내지 못하니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예라 모르겠다~’하며 애들을 열심히 쓰담쓰담해주고 있다.
해복이 일가는 여전히 사이가 좋다. 엄마 해복이가 있는 곳에 딸 달복이와 아들 별복이가 항상 있다. 이렇게 컸는데도 여전히 엄마를 좋아하는 건 나를 똑 닮았다. 해복이가 눈 수술을 하고 와서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서서 넥칼라를 풀자 해복이 곁으로 달복이와 별복이가 와서 양쪽 눈을 연신 핥아 주는 것이었다. 해복이가 그동안 눈이 아팠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온갖 정성을 들여 핥아 주었다. 나는 혹시 해복이 눈에 무리가 갈까봐 어느 정도 지켜보다 못하게 말렸지만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해복이는 자기 자식들이 있어서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정 때가 다가와 성묘하는 사람들이 산으로 오기 시작해서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과수원으로 산책을 다니고 있었다. 오랜만에 과수원을 찾은 아이들은 아주 신나게 뛰어놀았다. 전부 풀씨를 뒤집어쓰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에 담기도 하였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어디서 조그맣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보통 조그맣게 우는 소리를 내는 경우는 다른 아이가 그 아이를 괴롭힐 때 내는 소리였다. 나는 큰소리로 “이리와~!”라고 소리쳤고 애들은 내 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가 돌아왔기에 나는 다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다시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돌아서 뛰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과수원에 있는 우물가에서 들렸다. 과수원에는 얕은 우물이 있다. 과수원에 물을 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곳이다. 그 곳을 내려다보니 얼룩이가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아찔했지만 정신을 빨리 차리고 얼른 얼룩이를 안아 올렸다. 흠뻑 젖어 덜덜 떠는 얼룩이를 안고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집에 도착해서 얼른 따뜻한 물로 더럽고 차가운 물을 씻어내었다. 샴푸도 구석구석 해주고 따뜻한 물로 헹구고 뽀송한 수건으로 닦아주고 나자 얼룩이는 침대 밑으로 쏙 들어갔다. 아침을 만들어서 가지고 내방으로 오니 깨끗해진 얼룩이가 나를 반겼다. 내가 얼마나 아끼는 아이인데 정말 큰 일을 치를뻔 했다고 생각하니 다시 또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얼룩이는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이 산책도 잘하고 잘 먹고 잘 뛰어 놀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집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내가 지난해 달력을 불피울 때 쓰려고 화목난로 옆에 둔게 화근이었다. 장난칠 목표물을 찾은 나의 아이들은 내가 단꿈에 젖어있는 동안 일사천리로 달력을 물어뜯기 시작한 것이다. 그 흥에 겨워서일까? 옆에 있던 방석도 물고 뜯었고 뜯긴 부분으로 삐져나온 솜을 이번에도 놓치지 않고 물어뜯으며 온 사방에 헤쳐놓았다. 이렇게 나 몰래 파티를 연 거실은 엉망진창 난장판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이제 혼도 안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누가 그런건지 색출하기도(아마 모두가 연루되어 있겠지만) 힘들기에 그냥 허탈한 웃음을 뱉고 말았다. 애들이 신나게 놀았으면 됐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치우기 시작했다. 뭘 잘했다고 내가 주저앉아 치우고 있으면 뒤에서 메달리고 앞으로 와서 꼬리로 먼지날리고 뽀뽀해대고... 난리법석인 애들을 피해가며 어찌어찌 치우고 나니 오늘 할 일 다했다 싶었다.
아침을 먹이고 간식도 주고 책상에 앉아 달달 커피를 홀짝이고 있으니 아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잠을 잔다. 일은 내가 했는데 왜 지들이 잘까? 자는게 도와주는 일이니 아이들이 깰까 조심조심 움직인다. 현복이가 그새 깼다고 나한테 다가왔다. 그럼 또 열심히 쓰담쓰담해준다. 이렇게 나의 하루는 끊임없는 사건 사고와 함께한다. 나의 아이들은 나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한시도 심심할 틈을 안주니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나는 이런 나의 삶이 좋고, 이런 삶을 선물해준 나의 아이들이 좋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 바램은 그거 딱 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