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의 작별 인사로 우리 눈복이가 외롭지 않게 잘 하늘나라에 도착하게 됐다. 덕분에 나도 마음을 좀 정리하고 눈복이를 보낼 수 있었다. 우리 눈복이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고, 많은 분들의 가슴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감사하고 마음이 따듯해졌다. 아직 장난감을 봐도, 맛있는 것을 봐도, 개구리를 봐도 눈복이가 너무 생각나지만 이제는 조금은 옅은 미소를 띄울 수 있을 것만 같다. 많은 댓글이 나를 다시 한번 울렸다. 그렇게 다 울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눈물을 훔치며 댓글을 읽어내려간 시간이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것 같다. 사실 댓글에 ‘슬퍼요’보다는 ‘감사합니다’ ‘힘낼게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표정이 없어 표현을 못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우리집에는 아이들이 자주 나가는 곳만 울타리로 막아놓고 있었다. 그러다 4일동안 대대적인 공사를 하여서 우리집을 두르는 울타리를 설치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지만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인지라 고민 끝에 감행했다. 우리집을 빙두르는 울타리도 하고 내 집만 빙두르는 울타리도 설치해서 손님이 방문하였을 때 아이들을 잠깐 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마침 공사를 마치고 오빠네가 방문을 하였다. 그런데 큰 아이들은 다행히 못 나오는데 작은 아이들은 마치 빠삐용인 듯 빠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이 땅을 파고 나오는 구멍을 큰 돌로 막아놔도 자꾸자꾸 빠져나왔다. 제일 잘 빠져나오는 아이는 단연 연복이!! 단단히 정비하고 뒤돌아 나오면 어느새 연복이가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연복이는 작은 몸으로 이리저리 잘도 빠져나왔다. 그래서 아주 큰 벽돌로 다 막아버렸다. 울타리가 약간 들뜬 부분이 있으면 그 큰 벽돌로 다 막아버릴 셈이다. 그 벽돌 옮기다가 며칠을 알이 베겨서 고생했지만 아이들만 안전할 수 있다면 나의 팔과 다리의 통증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요즘 내 침대에 전복이와 꽃복이가 새롭게 등장했다. 내가 침대에 있으면 소복이의 감시가 삼엄해서 찾아오지 못하는데 내가 없을 때에는 살짝 왔다 가고는 한다. 나는 아이들이 침대에 남기고 간 온기를 좋아해서 뜨끈해진 자리에 손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근데 어떤 날은 침대에서 광란의 파티를 즐기고 간 흔적이 있기도 하다. 나의 베개를 떨어트려 놓기도 하고 이불을 바닥에 끌어내려 놓기도 한다. 내가 매일 아침 청소를 한다고 해도 알다시피 우리집은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바닥이다. 그러니 한번 바닥에 떨어진 이불이나 베게는 바로 세탁기로 직행해야 한다. 가히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만 뭘 어쩌겠는가. 이미 범인은 자리를 뜨고 난 뒤이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자꾸 내 메트리스 커버를 찢어놓는 것이다. 나의 사랑 메트리스가 행여나 떼가 타거나 손상을 입을까봐 커버를 바꿔준 것이 이번이 3번째이다. 근데 어제 또 새 커버를 찢어놨다. 내가 없을때만 범행을 저지르는 이놈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여기는 5일장이 열린다. 장이 열리는 날이 되면 엄마와 나는 같이 장터로 나간다. 그곳에서 생활용품 이것저것을 파는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서다. 그 할머니는 나이가 몹시 들어보였지만 항상 무거운 짐을 지고와서 장 한켠에 물건을 놓고 팔고 계셨다. 그 할머니를 돕고 싶어 우리집의 대부분의 물건은 할머니표 물건들로 다 바뀌어나갔다. 가위, 칼, 수세미, 바늘, 실, 양말 심지어 속옷까지 꽃무늬로 바뀌게 되었다. 할머니표 물건은 보기에는 조금 촌스러워 보였지만 성능만큼은 뛰어났다. 모양이 조금 촌스러우면 어떠한가. 뭐든 보기좋고 세련된 물건들 사이에서 할머니표 물건은 오히려 더 독보였다. 이렇게 맺은 인연으로 할머니댁까지 방문하게 되었다. 할머니에게는 아픈 딸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상의 끝에 적은 금액이지만 정기적으로 할머니를 후원해 드리기로 하였다. 며칠전 할머니댁에 방문하고 생활비를 전달해 드리자 너무 감사해하셨다. 그날 우리 가족은 아주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으로 여름에 돌입했다. 아이들이 더울 수가 있어 오후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시원한 우유를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주고 있다. 얼마나 잘 마시는지 모른다. 한낮에 더운 날에는 나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사실 나만 있다면 틀지 않을텐데 에어컨의 냉기에 기대서 새근새근 자는 아이들을 보면 안틀수가 없다. 이렇게 더운 여름을 같이 슬기롭게 헤쳐 나가보려 한다. 여름을 힘든 계절이 아닌 여름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나도 아이들도 지치고 털갈이 때문에 청소를 해도 해도 털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힘을 내보려고 한다. 자기들끼리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와서 혀를 내빼고 내 다리에 흙발을 올리는 나의 아이들이 있는 한 나는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