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 때에는 살이 찌지 않으려고 항상 안간힘을 다 쓰고는 했다. 달콤한 먹거리는 쳐다도 보지않고 살이 찌지 않는 음식만 꾸역꾸역 입에 넣고는 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안해본 운동이 없을 만큼 이 운동 저 운동 다 시도해보았다. 그렇게해서 어느 정도의 몸무게를 유지하며 몸에 꼭 맞는 옷만 입으며 살아왔다.
그런 내가 시골에 와서 처음 몸빼바지라는 신세계를 맛보면서 점점 옷의 스타일도 달라져갔다. 몸에 붙는 옷보다는 품이 넉넉한 옷을 즐겨 입게 되었고 하이힐은 내던져버린지 오래였다. 그리고 하루 3끼를 꼬박 챙겨먹고 다양한 먹거리에 눈을 뜨게 되면서 나의 몸은 어느새 넉넉한 옷차림에 맞춰져 배살도 제법 넉넉해졌다. 원래 옷이 끼는 느낌을 너무 싫어해서 항상 다이어트를 해왔었는데 아무리 살이 쪄도 옷에 끼지 않는 옷들만 입다보니 나의 체중계의 숫자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대로 계속 방치하다가는 두 번 다시 예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큰 마음 먹고 다이어트를 결심하였다. 다이어트는 그 방법이 여러 가지이지만 기본 원리는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근데 그게 참 말처럼 쉽지않은게 다이어트가 힘든 이유일 것이다. 나는 천성이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고 시골에서의 먹고싶은 것 마음껏 먹던 식습관은 배고픔을 참는 인내심을 바닥나게 하였다. 어떻게 살을 빼야 하나... 배고픈 것도 싫고, 운동도 하기 싫고, 이대로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 불현 듯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바로 나의 아이들과 똑같은 생활 패턴을 가져 보자는 것이었다.
나의 아이들은 결코 마른편에 속하지는 않는다. 다들 잘 먹고 넉넉한 허리 둘래를 자랑하고 있다. 그래도 심한 비만견은 없이 그 몸매 그대로 유지하면서 잘 지낸다. 그 비결을 알고 싶었다. 다시 예전처럼 병아리 오줌만큼 먹고 사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나의 아이들처럼 실컷 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 비결을 알고 싶었다.
첫 번째로는 아이들은 일체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다. 오로지 물만 마신다. 그에 비해 나는 음료수를 입에 달고 살았다. 나는 달달한 간식은 하지 않아도 달달한 음료는 꼭 마셔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일단 물 이외에는 전혀 섭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음료수를 끊기로 했다. 오로지 물과 아메리카노, 홍차만 마시기로 했다.
둘째 나의 아이들은 야식을 하지 않았다. 하루에 두 번 식사와 한번의 간식타임 이외에는 야식을 하지 않고 잠이 들었다. 나는 야식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잠이 잘 들지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 전에 간단하게 요기를 해야 잠이 들고는 했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안도하는 부분은 남들처럼 치킨이나 배달음식처럼 거창하게 야식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밥을 조금 먹거나 고구마, 쿠키, 떡 등을 조금 섭취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이왕 아이들을 따라하기로 했으니 야식도 끊어보자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야식을 끊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서 야식을 조금씩 줄여나갔고 지금은 완전히 끊게 되었다. 야식을 안먹으니 왠지 아침에 더 게운하게 일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셋째 나의 아이들은 단 음식을 먹지 않았다. 식사 시간에는 고기와 사료 또는 고기와 밥을 먹고, 간식으로는 육포나 빵류를 먹었다. 나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고기를 섭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아이들처럼 고기가 주를 이루는 식습관을 가질 수는 없었다. 대신 아이들이 단 음식은 전혀 섭취하지 않는 것에 주목을 했다. 서울에 살 때에는 살찔까봐 초콜릿, 쿠키, 젤리 이런 것들을 아예 쳐다도 안보고 살았는데 언제가부터 나의 간식 창고에 이런 것들이 쌓이게 되었다. 달달한 것은 달달한 것을 부르는지 손이 한번 가면 계속 손이 가게 하는 음식들이었다. 이런 것부터 아예 끊기로 하고 내가 가지고 있던 달달한 간식들은 모조리 처분해버렸다.
넷째 나의 아이들은 과식하지 않았다. 입양 초기에는 아이들이 과식을 하지만 곧 먹이가 항상 풍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았다. 자기 밥그릇의 밥도 다 먹지 않고 남기는 애들이 훨씬 많았다. 그런 반면 나는 아침에는 든든히 먹어야 한다고 많이 먹고, 점심은 저녁을 덜 먹어야 한다고 과식하고, 저녁에는 야식 먹는 대신 과식을 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오늘은 이미 망했으니 내일부터 다시 다이어트를 하겠노라며 마지막 야식을 먹는다. 이러니 살이 안붙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매끼 적당량을 먹기로 다짐하고 그 양을 다 먹으면 의식적으로 숟가락을 놓는 연습을 했다. 그러자 점점 적당량을 먹고도 중간에 간식을 찾거나 하지 않고 그 양을 유지하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해서 5키로를 감량했다. 몹시 더디게 빠지긴 하지만 빠졌다는데 의의를 두고자 한다. 운동도 안하고 닭가슴살도 안먹고 굶지도 않고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다이어트 방법이 아닐까 한다. 나는 살면서 참 많은 부분들을 나의 아이들을 보면서 깨달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제 하다하다 다이어트까지 따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왠지 이렇게 아이들을 따라하다보니 더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것 같고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나의 아이들을 더 건강하게 잘 돌봐나가고 나도 건강하게 챙겨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은 내것이 아니기에 더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 앞으로도 쭉 아이들과 닮아가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