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빠가 신발이 없어졌다고 찾으러 다니고 계셨다. 우리 집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신발장이 따로 없고 자주 신는 신발만 거실 선반 위에 올려 둔다. 문이 없는 일반 신발장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먹을 것이 풍성한 냉장고와 같은 곳이 될 것이 뻔했다. 문이 있는 신발장을 산다는 것이 미루다 보니 그냥 이렇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엄마는 신발을 아이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집안에 보관하시는데 아빠는 그냥 밖에 두시다 보니 신발을 잃어버리는 쪽은 번번이 아빠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얼룩이가 아빠 신발을 베고 식탁 밑에서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으로 찍었는데 어떻게 알고 눈을 떠버리고 말았다. 얼룩이는 명성 높은 신발 도둑이다. 현장에서 검거되었지만 얼룩이를 나무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겁이 많은 깜순이는 나를 따라 산책을 하지 않고 내가 산책을 하러 애들을 데리고 나가면 혼자 나와서 집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그런 어느날 내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내 방쪽 마당에서 울음소리가 들려 뛰어가보니 예복이가 깜순이를 떼리고 있었다. 내가 너무 놀라 “예복아!!”라고 소리 지르자 예복이는 그제서야 깜순이를 놔주었고 깜순이는 놀라서 마당 구석으로 숨어버렸다. 깜순이는 방에서는 나에게 곧잘 오지만 밖에서는 나를 피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일단 애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깜순이를 기다렸다. 밖에 눈이 점점 많이 오는데 깜순이가 들어올 생각을 안해서 다시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랬더니 깜순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깜순이가 있을 만한 구섞을 다 뒤지고 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의심되는 곳은 수로가 울타리 밑으로 나있는데 그 사이로 밖으로 나간 것 같았다. 눈은 내리지, 밖은 춥지, 애는 안보이지... 정말 앞이 깜깜했다. 밖으로 나가서 깜순이를 부르며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지 모른다. 빈손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점점 추워지는 밖을 보며 애를 태운 채로 하루가 꼬박 지나갔다.
다음날도 깜순이를 찾으러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깜순이가 집에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깜순아~” 깜순이를 덥석 안으려고 하자 깜순이가 뒤로 물러가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하루새에 마른 것 같아 보이는 깜순이에게 일단 맛있는 간식을 주고 맛난 사료를 한가득 부워서 주었다. 다른 아이들이 자기들도 달라고 아우성이여서 갑자기 아침에 맛난 사료 파티가 벌어졌다. 깜순이는 다행히 다친 곳 없이 건강하게 돌아왔지만 나는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깜순이의 가출 비행은 스스로 귀가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사료회사(맘앤대디)에서 영양사 선생님과 함께하는 광고촬영을 찍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듬이’와 함께 하였다. 회사측에서 나의 아이들 중에 모델견으로 고른 아이가 바로 리듬이였기 때문이다. 촬영날 아침부터 서둘러 리듬이 미용실에 들려 미용을 마치고, 한결 말끔해진 리듬이를 데리고 촬영장으로 향했다. 리듬이가 낯을 많이 가리고 조금 소심한 성격이어서 촬영 며칠 전부터 걱정을 많이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도 처음가는데 과연 촬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지, 나 때문에 리듬이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다행이도 리듬이는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않고 촬영장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고 맘앤대디 신제품인 ‘차우얌얌’도 아주 잘 받아먹으며 전혀 힘들이지 않고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촬영감독님과 회사직원분들의 도움으로 리듬이는 당당한 모델견으로써 발돋음을 하게 되었다. 모니터를 해본 결과 리듬이가 나보다 백배천배 사진을 잘 찍고 있어서 나는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즐거운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서울에 잠시 가있게 되면 약한 아이들(다복이, 동복이, 리듬이, 하울이, 단비)를 데리고 다니는데 그러면 모든 아이들이 소복이가 없는 내 침대위로 와서 잠을 청하고는 한다. 서울에 있는 내 방 침대는 싱글침대여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낑겨서 자게 되는데 나는 그걸 그렇게 좋아한다. 하지만 시골집에 오게 되면 소복이가 침대를 지켜서 아이들이 침대위에 오지 못한다. 혹자는 편해서 좋겠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내가 키우는 아이들과 한침대를 쓰다보니 낑겨서 자는 걸 좋아한다. 예전에는 그래도 소복이가 내 옆에 꼭 붙어서 자서 허전함을 달랠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자꾸 나랑 떨어져서 잘려고 한다. 내가 소복이가 좋아서 소복이를 안고 잘려고 하면 처음에는 가만히 눈치를 보고 있다가 틈만 나면 다른데로 가서 잔다. ‘아니... 이럴거면 다른 애들이 내 옆에 붙어자는걸 못하게나 하지 말던가...’ 속으로 꿍시렁꿍시렁되게 한다. 소복이로 인해 나는 옆구리가 시린채로 잠이 든다.
우리집은 언제나 사건 사고가 많지만 요즘은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성탄이와 트리가 있다. 근데 성탄, 트리가 너무 귀여워서 무슨 사고를 쳐도 웃음이 나게 된다. 엄마도 성탄, 트리는 좀 웃기는 것 같다고 하셨다. 성탄, 트리는 반찬투정 한번 없이 밥도 구순하게 잘 먹고, 장난도 조용히 말없이 서로 방바닥을 뒹굴면서 투닥투닥 거린다. 어디서 이렇게 성격좋은 애들이 왔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2명이 불어난 우리 가족은 아주 잘 지내고 있다. 할 일은 늘었지만 웃음은 2-3배가 되었으니 이만하면 성탄, 트리가 오길 잘했다 싶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건 정말 원치 않지만 말이다. 모든 분들이 성탄, 트리보시고 행복하시길 바라겠다.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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