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이를 알게 된 건 어느 독자분이 마린이의 입양처를 구하면서부터였다. 주위의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린이를 입양보냈지만 마린이는 입양을 가서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되었다. 커다란 우리에 갇혀 살게 된 마린이에게 보다 좋은 입양처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하시고 계셨지만 셰퍼트인 마린이를 입양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었다. 그러던 중 대형견을 입양하길 원하시는 독자분을 만나게 되었고 나는 기쁜 마음에 두 분을 연결시켜 드렸다. 그렇게 마린이의 입양에 돗을 단 듯 했다. 하지만 입양희망자분의 사정으로 당장 아이를 데려갈 수 없었고 날은 추워지는데 실외 우리에서 추위를 버티는 마린이가 안타까워 몇 달간 임시보호를 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마린이는 우리집에 입성하게 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마린이가 어떻게 하면 무사히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고민을 하였다. 큰 애들 같은 경우는 처음에 밖의 견사에 데려다 놓고는 했는데 마린이가 오는 때는 실외견사에 두기엔 너무 추운 겨울이었다. 마린이를 내 방까지 데리고 와야했다. 마린이가 쓸 방을 미리 준비해놓기는 했으나 문제는 어떻게 마린이를 데리고 들어올지 였다. 마린이의 몸무게를 여쭤보니 20키로가 조금 넘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내가 보통 쌀 20키로는 혼자 드는 무게이니 여차하면 마린이를 들어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마린이를 보자 ‘내가 절대 못들겠는데?’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다행히 데리고 와주신 보호자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방으로 들여보내는데 성공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입주에 성공했지만 마린이의 적응기는 쉽지 않았다. 마린이는 잔뜩 흥분한 상태였고 아이들에게도 공격적이었다. 가두어 두면 계속해서 쉬지 않고 짖어서 목소리가 다 쉴 정도였으며 방안의 모든 물건을 다 파괴하였다. 나의 아이들도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개의 등장이 싫은 건지, 아님 무서운 건지, 아님 그냥 같이 짖는 건지... 조용하던 우리 집은 폭격을 맞은 것 마냥 굉음이 끊일질 않았다. 나는 나의 아이들과 마린이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점점 쭈글쭈글해져 갔다. 공격적인 마린이를 풀어둘 수도 가둬만 놓을 수도 없어서 적어도 하루에 4번 산책을 감행하였다.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새로운 개를 들인다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는 걸 새삼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고, 이 시기를 못버티고 애들이 파양을 많이 당하겠구나 싶었다(입양을 결심하신 모든 분들과 파양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지시는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나는 이런 마린이가 입양을 가서 과연 파양이 안되고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입양희망자분의 사정으로 입양을 못하게 되었다. 나는 이상하게 놀라지 않았다. 그냥 처음 마린이를 임시보호하기로 마음먹을 때부터 마린이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린이는 이미 너무 많이 환경이 변했었고 그로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린이가 이곳에서 잘 적응했는데 그때 또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내가 바라는 바는 아니였다. 좀 힘들기는 해도 여기서 지내는게 마린이에게는 가장 적은 상처를 받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1달만 눈 딱감고 버티자. 이 시기도 곧 지나갈 거다. 마린이는 분명 좋은 개가 될 것이고 좋은 가족 구성원이 될 것이다. 이 말을 수도없이 되내이며 버티자 정말로 마술처럼 마린이가 좋아지기 시작되었다. 마린이의 공격성이 누그러지기 시작했고 그러자 우리 아이들은 마린이에게 친구가 되어주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마린의 손을 잡아준 아이는 예복이였다. 마린이는 나의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했지만 접근 방법이 다소 과격했고 아이들은 겁을 먹어했다. 그런데 예복이가 장난을 받아주면서 둘의 사이는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산책할때마다 예복이는 마린이 곁으로 와줬고 함께 장난을 쳤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하나 둘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마린이는 그렇게 우리 집에 잘 적응하였고 지금은 자유롭게 집 안을 누비고 산책도 목줄없이 예복이랑 실컷 뛰어놀면서 지내게 되었다. 처음 목줄을 풀어주었을 때 예복이와 쫓고 쫓기는 질주를 하던 때에 나도 해방감에 같이 뛰어다니고 싶을 지경이었다. 마린이는 나의 예상대로 아주 좋은 개였다. 아주 무서운 이빨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 그걸 친구들을 향해 겨누지 않았으며, 밥을 잘 먹지만 식탐을 부리지 않는 기품이 있었다. 마린이에게 굳이 단점을 꼽자면 의리가 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마린이가 너무 좋아서 마린이랑 함께 하고 싶은데 마린이는 엄마를 좋아해서 자꾸 내 방에 안따라 들어오고 엄마가 계시는 부엌에 남아있고는 했다. 내가 애걸복걸해도 열 번중에 3번 정도는 부엌에 남고는 한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같이 보낸 전우애도 없이 좀 너무하다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거 빼고는 단점을 찾기 힘들 만큼 마린이는 너무 훌륭한 아이였다.
새로운 아이를 입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적응기를 버티려면 왠만한 마음가지고는 힘들때도 있다. 그래도 그 시간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건 그 아이도 나만큼 힘든 시간을 겪고 있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런 아이를 내쳐서야 되겠는가. 오히려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눈을 맞추고 힘내라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 힘든 시간을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너무나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빛나는 선물일 것이다. 이렇게 입양하는 일의 고충을 잘 알기에 간혹 독자분들의 입양기에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고마움을 품게 되는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서 모든 입양자분들에게 고개숙여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