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이가 마지막으로 미용을 한지가 5개월이 넘어가면서 완전 털복숭이가 되었다. 마지막 미용을 했을 때 전신미용으로 온몸의 털을 짧게 깍았는데 알러지 반응이 있었다. 미용실을 갖다와서 저녁때쯤부터 온몸이 붉어지더니 심하게 간지러워했다. 급하게 알러지 약을 주사하니 가라앉았지만 며칠을 주사를 맞으며 고생을 하였다. 그래서 무서워서 미용을 못 시켰다. 그리고 겨울이 와서 추울까봐도 못 시키게 되었다. 그러자 우리 이쁜 하울이가 얼굴털이 덥수룩해져서 큰바위 얼굴이 되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큰바위 공주님’이다. 자꾸 엄마가 하울이 성별을 잊어버리시고 장군님같다고 놀려서 내가 붙여준 별명이다. 우리 큰바위 공주님은 겁이 많아서 밖에 나갈때는 안고 다녀야 한다. 애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겁을 먹고 안아달라고 한다. 그래서 ‘큰바위 공주님 가마탄다’라고 표현하며 내가 안고 돌아다닌다. 근데 이 큰바위 공주님이 요즘 부쩍 살이 쪄서 안고 다니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다. 정말 양심이 없는 공주님이시다.
[하울이가 겨울 내내 털복숭이로 지냈다. 그래도 나에게 너무 이쁜 '공주님'이시다.]
편백이는 요즘 다리가 불편한지 산책할 때 느릿느릿 걷고 산책 중에 12번도 더 나에게 머리를 갖다대며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 나는 그런 편백이의 걸음걸이에 맞춰서 걸으며 편백이에게 힘내라고 쓰담쓰담해주고 있다. 근데 편백이가 예전에는 정말 신사같이 애들한테 한번 큰소리를 안냈는데 요즘에는 조금만 누가 옆에 있으면 신경질을 낸다. 어디가 불편한건지 걱정이 된다. 날잡아서 편백이 전신검사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편백이가 예전에 아플 때 하도 주사를 맞아서 주사 바늘만 보면 포악해져 검사를 잘 진행할 수 있을지 겁이 난다. 6년전에 아픈 편백이를 보살피다 얼굴을 물린적이 있는데 그때 흉터가 아직 남아있다. 그래도 한번 방법을 강구해보아야 겠다.
[편백이가 또 자신의 몸짓보다 훨씬 작은 장소를 택했다. 불편할텐데 쿨쿨 잘도 잔다.]
은복이가 외출했다가 등에 잔뜩 상처를 입고 돌아왔다. 외출을 해봐야 집안에서 뒤뜰을 거니는 것 뿐인 아인데 어쩌다 상처를 입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큰 애들이랑 싸움이 붙었나 보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자꾸 진물이 나온다. 상처는 깊지 않은데 염증이 잘 잡히지 않고 있다. 엄마는 오소리한테 당한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산속이라 야생동물이 접근할 수도 있지만 울타리가 쳐져있는데 어떻게 들어온건지 모르겠다. 암튼 하루라도 환자가 없는 날이 없다. 내가 수의사가 아니였으면 정말 이 대식구를 봉양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은복이는 이제 주사를 싫어하는데 먹는 약으로는 부족해서 주사를 주고 있다.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모르겠다.
[은복이는 너무 착한데 좀 답답한 면도 있어서 별명이 '동네 바보 형아'이다. 혹시나 은복이가 상처받을 까봐 은복이 없는 데서만 부르는 별칭이다.]
성탄, 트리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 옆의 숲길로 한참 내려가다보면 저수지가 나오는데 거기에 버려진 강아지가 2마리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근데 인상착의를 들어보니 성탄, 트리와 매우 흡사하였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사료와 간식을 챙겨서 엄마와 저수지에 가보았다. 그랬더니 성탄, 트리와 동배 새끼로 보이는 아이 하나와 조금 다르게 생긴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들은 버려진지 거의 2달 동안 사람 손을 안타서인지 사람에게 곁을 주지는 않았다. 누가 사료를 주는지 사료가 조금 떨어져 있었는데 우리가 가져간 사료와 간식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 담요를 깔아준 상자도 있었다. 우리는 사료를 두둑히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틀에 한번씩 사료와 간식을 주고 오고 있다. 마음이 아픈건 성탄, 트리보다 그 아이들은 훨씬 작았다. 아무래도 어릴 때 영양이 부족해서 인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다. 아마도 누군가가 저수지에 아이들을 버렸고 성탄, 트리는 그 숲길을 한참 내려와 우리 집으로 들어오게 된 것 같았다. 성탄 트리의 비밀은 이렇게 풀렸지만 아직 날이 추운데 밖에 있는 아이들이 걱정이 된다.
[성탄이가 사료를 먹다먹다 지쳐서 잠이 들었다. 성탄이는 정말 개그코드가 나랑 딱 맞아서 언제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성탄이와 트리는 아주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제 중개 크기 만해졌다. 성탄이와 트리는 유난히 동복이를 좋아한다. 물론 동복이는 질색팔색하지만 동복이의 의견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동복이를 애워싼다. 동복이는 다복이, 하울이랑 같이 우리가 차를 타고 나가면 항상 같이 타고 나가는 멤버이다. 차타고 나가는 걸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려고 하면 벌써 성탄이와 트리가 기다리고 있다가 동복이가 내리면 애워싸서 어디로 데리고 간다. 그 모습이 흡사 범인을 검거해서 연행해가는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탄, 트리를 ‘요원들’이라고 부르고 동복이가 또 ‘연행됐다’고 표현한다. 그렇다고 요원들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괴롭히는 건 아니라서 특별히 제제를 가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게 연행된 동복이는 한참 후에 멀쩡한 모습으로 집으로 복귀하고는 한다.
[춥다고 하울이와 트리가 꼭 붙어서 자고 있다. 사실 실내는 춥지도 않은데 붙어자는게 좋은 모양이다. 트리가 벌써 하울이만하고 발은 더 크다 ㅠ.ㅠ]
겨울 끝자락의 추위가 매섭다. 어제는 밤부터 눈이 내리더니 지금도 진눈깨비가 날린다. 어제까지 무섭게 바쁘다가 오늘은 모처럼 한가한 오전을 보내고 있다. 노래를 들으며 커피 한잔 옆에 두고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보면서 글을 쓰는 시간은 나에게 중요한 유희 활동이다. 내가 바라는 건 이렇게 평화로운 날들이 앞으로도 계속 되는 것이다. 물론 바쁘겠지만 마음이 평화롭다면 바쁜 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동물로 인해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을 때도 많지만 스스로 나를 위해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은 독자분들과 소통하고 같이 힘내보자는 응원의 메시지 일 것이다. 항상 감사드리고 있다. 모두 모두 화이팅!!
[성탄이는 눈복이 닮은꼴 아니랄까봐 산책할 때 장난감을 가져왔다. 저러다 잃어버리지 싶었는데 잃어버렸다 ㅠ.ㅠ 눈복이 닮아서 봐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