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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영 Mar 17. 2022

봄비가 내리는 날

     

오늘은 비가 계속 내린다. 비가 오면 다른 날보다 한가하지만 오늘도 수술이 있어서 바쁜 날을 보냈다. 비가 내리는 날 보송한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른하게 보내는 하루를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데 항상 바빠서 조금 속상하기도 하다. 지금부터라도 이 시간을 마음껏 즐길 셈이다. 아직 하루가 끝난 것은 아니니 침대에 누워서 넷플렉스만 보지 말고 비오는 밤을 즐겨 보려고 한다.     


[이 사진만 봐도 누가 더 말썽 꾸러기인지 알 수 있다. 트리는 좀 얌전하고 성탄이는 말썽꾸러기다.]


성탄, 트리는 무섭게 자라고 있다. 그런데 트리는 머리 크기도 적당하고 다리도 길쭉길쭉한데 성탄이는 머리는 크고 다리는 트리의 반토막만하다. 사실 어릴적엔 성탄이가 더 귀여웠는데 지금은 트리가 더 예쁘다. 성탄이는 예쁘기보다는 좀 코믹하다. 그 코믹한 얼굴로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래도 나는 성탄, 트리가 좋다. 엄마는 성탄, 트리가 너무 말을 안듣는다며 다 크고 나면 걱정이라고 하시는데, 나는 별로 걱정이 안된다. 원래 내가 낙천적인 성격이 아니었는데 아이들하고 있다보니 근심 걱정을 내려놓는 법을 배운 모양이다.     


[편백이는 아직까지는 산책을 혼자 힘으로 잘 하고 있다. 혼자 산책을 나올 수 있는 이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편백이는 우여곡절 끝에 검사를 해봤는데 아주 건강한 수치가 나왔다. 편백이의 신경질은 그냥 신경질이었나보다. 요즘도 다른 애들한테 심통을 부리는 건 여전하지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꼬장꼬장한 할아버지로 늙어가고 있나보다.  

   

[갑자기 짧아진 털로 추워할 수도 있어서 옷을 입혔다. 하울이와 트리가 서로에게 기대어 꿀잠을 자고 있다.]


큰바위 공주님이었던 하울이는 내가 일하는 병원 미용실에서 미용을 하였다. 처음에는 가위미용을 해야 하나 했는데 1cm 남기고 하는 미용을 했다. 클리퍼 날이 몸에 직접 닿지않기 때문인지 나의 하울이는 아무 이상없이 미용을 마칠 수 있었다. 미용을 하고 온 날도 그 다음날도 긴장하며 지켜봤지만 알러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오른쪽이 진순이이고 왼쪽이 행복이이다. 둘은 한날 한시에 강아지별로 떠났으면 싶다. 둘 중 하나만 남겨질까봐 걱정이 된다.]


진순이와 행복이는 여전히 붙어지내고 있다. 사실 진순이가 편백이보다도 1살이나 더 많은데 늙었다고 유세를 부리지 않아 요즘에는 예뻐죽겠다. 예전에는 너무 빨라서 자꾸 야생동물을 헤치는 통에 애를 먹었는데 지금은 움직임이 많지 않다. 이런게 세월인 것 같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세월이라는 것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 것인지, 그래서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야 한다는 것을 자꾸 자꾸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장난감을 모아놓고 지키다가 지쳐 잠이든 얼룩이다. 자면서도 장난감을 지키려고 장난감을 베고 잠을 자고 있다. 얼룩이의 집념이 느껴진다.]


우리집에는 장난감이 많지 않다. 장난감을 애들이 자꾸 망가트리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굳이 장난감을 주지 않아도 이곳저곳에서 알아서 장난감(나뭇가지 등)을 가지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없는 장난감도 성탄이와 트리는 얼룩이 옆에서 잘 가지고 놀지도 못한다. 셈이 많은 얼룩이는 성탄이와 트리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꼭 가서 뺏어온다. 그리고 그걸 지키고 있는다. 참 아이들은 성격이 가지가지이다. 

     

[화음이는 산책도 꼬박꼬박하고 움직임도 좋은데 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다이어트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쉽지 않다.]


요즘 화음이는 다이어트 중이다. 식사시간에 화음이를 방안에 가둬두고 밥을 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애들 특히 리듬이 밥을 뺏어먹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자 밥을 먹이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제한되면서 밥을 예전에 비해 덜 먹게 되었다. 나는 내심 화음이의 배가 들어가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렇게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운동을 시켜야 하는 것 같은데 더 이상 어떻게 더 운동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화음이만을 위해 야채를 좀 데쳐서 먹이든지 해야 할 것 같다.  

   

[얼룩이의 눈을 피해 장난감을 들고 냅다 튀고 있다. 튀는건 좋은데 산책할 때 물고 오는건 좀 아닌데 결국 산책길에서 잃어버렸다. 말썽꾸러기 녀석...^^]

오늘 아침 산책할 때보니 어린 쑥이 연두빛으로 여기저기에 빛나고 있었다. 이제 정말 봄이 왔구나 싶었다. 아마도 이 비를 맞고 쑥쑥 커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봄이 되면 쑥이랑 고사리랑 따러 다니고 그랬는데 요즘은 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런 여유를 부려본지 오래이다. 올해에는 꼭 시간을 내서 쑥이랑 고사리를 따러 다녀야 겠다. 아주 아주 기대되는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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