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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영 Mar 11. 2019

인간관계 가지치기

그 누구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살면서 원하든 원치 않던 우리는 많은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나는 어릴 적에 적지 않게 좋지 못한 인연들을 맺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게 되었다. 그런 일들은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지금도 나는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고 불편한 일로 여겨진다. 그와 달리 나는 동물과 맺은 인연은 언제나 사랑 가득한 일이었다. 이런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 친구이자 가족 같은 아이들을 내 곁에 둘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동물은 나의 상처를 치유하는 타고난 능력의 소유자들이었고 그들과 함께하며 점점 건강해진 나는 오히려 사람과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나는 지금 많은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 동물들과 좋은 인연들 덕분에 내가 점점 자존감을 회복해 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는 요즘이다. 이렇게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는데 꼬박 3년이 걸렸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친구들이 내가 있는 곳까지 찾아와 주었다. 같이 근처 리조트에서 2박 3일을 보내며 태양이 지는 석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예전의 나는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안 그러했겠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언제나 소극적이었고 그 만남이 잘 되지 않으면 나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뭘 실수하지는 않았나?’ 끊임없이 묻고 답하기를 반복해왔다. 그러다 최근에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어쩌면 그동안의 불편하기 짝이 없던 만남들이 오롯이 내 잘못이 아닐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리조트에 머물면서 우리 방앞에 찾아온 길냥이. 내가 길냥이 밥 주는 것을 친구들도 도와주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과감하게 인간관계 가지치기에 나섰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만남이나 모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잘라냈다. 일적으로 부딪치는 관계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그런 일도 웬만하면 내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거리를 두었다. 진정으로 나는 나를 믿고 내 편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동물들이 열일 제쳐두고 나를 반기며 사랑을 듬뿍 주는 것처럼 나도 나 자신에게 그러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사실 내가 인간관계를 힘들어하고 두려워하는 내적인 이유는 내가 혼자 남겨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의 편에 서자 나는 혼자여도 두려울 것이 없게 되었다.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아 인간은 고독한 것이다’라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처럼 나는 더 이상 고독하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동물들이라는 천군만마가 있지 않은가.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두려울 것이 없게 되자 오히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다가설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금은 너무도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게 되었다. 좋은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따듯한 말들이 오가며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리 오래된 친구라도 좋은 친구가 아닌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늘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 관계라는 것의 농밀함은 내가 스스로 정할 수가 있다. 예전에는 나 혼자 살아가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그 깊이감을 나 스스로 정하며 살아가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이제는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만남들을 통해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이제 가위를 들고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도 잘 노는 달복이. 친구들이랑 어울릴 때는 어울리고 혼자일 때는 장난감을 전부 물고 와서 곁에 두고 신나게 논다. 이런 모습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김진영 선생님의 <아침의 피아노>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눈앞에서 문이 닫히고 모든 시끄러운 일상들이 문 뒤로 물러났다. 눈앞에 오로지 사랑의 대상들만이 남았다. 세상이 사랑의 대상들과 소란하고 무의미한 소음들의 대상들로 나뉘어 있다는 걸 알았다.’ 새삼 이 구절이 깊은 내면의 울림으로 들려온다.  


정말 좋은 친구는 이렇게 곁에서 서로에 기대서 낮잠 잘 수 있는 관계인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존재 자체로 즐거운 일이라는 걸 동물들을 보면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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