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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영 Jan 14. 2019

일상 속의 겨울

추운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는 방법

예전에 한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겨울은 사람들도 불빛도 따듯해 보여서 좋아.” 하지만 나는 그 말에 공감이 가지도 겨울이 좋은 계절도 아니었다. 추위를 유달리 타는 체질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겨울이 동물들에게 무척 혹독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구하기가 배로 힘들어지며 추운 바람을 막아낼 장소도 없어 그저 추위를 온몸으로 받아낼 뿐이니 내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한낮이 아니고는 밖에서 놀려고 하지 않아 언제나 집안이 북적북적하다. 집채만 한 편백이는 꼭 작은 애들 사이에 껴있다.


이렇게 싫어하는 계절인 겨울이 어김없이 산속에 자리한 우리 집에도 찾아왔다. 그런데 왜인지 올해 겨울은 그렇게 춥지만은 않다. 시골집이라 서울 아파트만큼 따듯하지는 못하더라도 내 방은 제법 훈훈한 편이다. 추운 마당을 지나 아이들을 데리고 우르르 들어와 서로서로 꼭 붙어서 지내는 겨울이 나름 나쁘지 않다. 아이들의 따끈한 온기가 내 몸으로 전해지는 것도 좋고 양초를 켜고 아이들에 둘러싸여 책을 보는 것도 왠지 더 운치 있다. 


춥다고 마구 밀고 들어온 은복이와 진순이가 내 방 침대를 점령하고 있다. 나는 잠시 책상으로 쫓겨가 아이들이 편히 쉬도록 기다려준다.


며칠 전 이웃집에 집도 없이 지내는 개 두 마리에게 집을 한 채씩 선물해 주었다. 주인 분께 간곡히 부탁드려 어렵게 집을 놓을 수 있게 되어 내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생전 처음으로 집이 생긴 아이들은 신기한지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더니 요즘에는 집에서 편히 쉬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따듯해진다. 2018년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뿌듯한 일로 손꼽히는 일이다.


겨울철에 먹이가 더 없을 길냥이들을 위해 순찰을 돌며 고양이를 만나면 먹이를 주고 있다. 이제는 많은 아이들이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서 저녁 먹고 해가 한참 지고 난 뒤, 사람들이 거리에 없는 시간을 틈타 매일같이 밥을 주고 있다. 길에서 생활하기에는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게 생긴 아이들이 많아 내 마음이 더 아파온다. 하나하나 예쁜 아이들이 부디 이 겨울을 잘 나주길 바랄 뿐이다. 먹이가 없기는 산새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침과 오후에 한 번씩 새들 모이를 준다. 가을 철에는 많이 남아있던 모이들이 겨울철이 되자 한 톨도 남김없이 다 먹고 없다. 


잎을 다 떨군 은행나무 가지 위에 까치들이 앉아 있다. 이렇게 우리 집 나무 위에서 재잘거리며 쉬어가는 산새들 덕에 우리 집은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길냥이 밥을 주면서 장애가 있으신 분이 밤늦도록 호떡이니, 국화빵, 군고구마를 팔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 먹이를 주고 일부러 찾아가 사는 호떡과 국화빵은 다음날 따듯하게 데워서 아침으로 먹기에 그만이다. 많은 보탬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추운 겨울에 온기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서 요즘 하고 있는 일이다. 


이제는 고등학교 때 그 친구의 말처럼 겨울에는 사람도 불빛도 왜인지 더 따듯하게 보인다. 그와 더불어 동물들도 따듯한 그런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는 일들이 큰 일은 아니겠지만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따스한 손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에게 내미는 온정이 오히려 나를 따듯하게 만드는지 서울에서 지내는 겨울보다 이곳에서 보내는 겨울이 더 온기 있게 느껴진다.


꼬물이었던 아이들이 모두 다 커져서 이제는 중형개 크기로 자랐다. 하나같이 못생겨서 더 귀여운 나의 엔돌핀들이다. 이 추운 날씨에 나를 의지하고 겨울나기에 한창이다.


이렇게 동물들과 주변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고 지내다 보니 어느덧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왔으며 겨울의 절반이 지나갔다. 나는 여전히 새벽이 오면 중무장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새벽 산책길에 오르고 아침에 벽난로에 불을 지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다복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불이 피어오르는 것을 지켜본다. 또 따스한 겨울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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