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꼭 먹어야만 하는가?
나는 개 식용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에겐 이 부분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학시절,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는 인식으로 너무 많은 영향을 받았던 지라 한 번쯤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서울에 살 때에는 개고기는 그저 내가 먹지 않으면 그만인 문제였다. 개 식용에 언제나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개 식용 반대 운동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시골에 오니 개 농장은 즐비했으며 집 개들도 몇 개월이 멀다 하고 바뀌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개고기 소비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으로 처음 유학을 갔을 때 나는 어학코스를 밟았었다. 그 과정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중국인이었고 한류 열풍으로 인해서 많은 학생들이 나의 모든 것 (먹는 것, 입는 것, 메이크업, 헤어)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이로 인해 나는 우리나라에서 느껴보지 못한 한국에 대한 자긍심이 날로 높아졌다.
그런데 석사 과정으로 들어가면서 이런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수의대에 소속되어 있는 ‘동물행동학과 동물복지학’을 전공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국인이었고 동양인은 나를 포함하여 3명이 전부였다. 한류 열풍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영국 학생들은 전공이 전공인지라 언제나 화젯거리는 개고기였다. 한 번은 수업시간에 개고기에 대한 언급을 하며 대표적인 나라로 중국과 한국이 소개되었다. 수치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수업이 끝난 쉬는 시간에 학생들은 나에게 모여들어 개 식용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쏟아내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렇다고 영국 학생들이 한국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2명의 중국 학생들에게는 그런 질문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충분히 잘 살고 있는 한국이 왜 아직도 개고기를 먹는지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했던 것이다. 학교의 대부분의 전자기기는 삼성제품이었으며 학생들의 핸드폰도 대부분 삼성 제품인 상황에서 개고기로 인해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나 또한 한국에 대한 자부심은 산산조각 나고 부끄럽게 느껴지게 되었다.
학생들의 질문은 대부분 “왜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느냐?” “개농장에 대한 처벌이 존재하지 않느냐?” “개를 키우는 사람들도 개고기를 먹느냐?” “경제적으로 부유한데도 불구하고 굳이 개고기를 먹는 이유가 무엇이냐?” “개고기가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이냐?” 등등이었다. 나 자신도 진심으로 개고기를 먹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데 이런 질문에 답을 하느라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다. 제발 그만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개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개를 도축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여러 법에 접촉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명확한 규제나 법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개고기 합법화에 대한 논쟁은 뜨겁다. 먹든 안 먹든 개인의 자유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먹는 것이 인간에게 이득이 되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육 환경이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개 농장은 시설이 열악하기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또한 대부분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로 공급하고 있어 상한 음식과 온갖 세균이 득실거리는 음식을 먹고 자란다. 복지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공장식 축산의 소와 돼지, 닭보다도 못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으니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고 본다. 이런 환경에서 사육되고 그런 먹이를 먹는 개가 도대체 어떻게 위생적일 수 있으며 건강에 좋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논리적으로 개 식용 문제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제는 국제화 시대이고 개 식용 문제는 국가적 이미지의 손상에 너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지 겪고 나니 애국심에서라도 개고기는 이제 그만 먹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는 개 식용 문제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저 내가 먹지 않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하지만 단 한 명만이라도 이 글을 읽고 나와 생각을 같이 해주는 사람이 생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