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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영 Dec 28. 2017

'생추어리 농장' 리뷰

동물 보호 관련 책 리뷰 시리즈

생추어리 농장

저자: 진 바우어


이곳에서는 소와 양들이 언덕에서 풀을 뜯고, 헛간 근처에서 돼지들이 코로 흙을 파거나 진흙 구덩이에서 몸을 식히는 모습을 연중 아무 때나 볼 수 있다. 먹이를 쪼거나, 털을 고르거나, 꼬꼬댁거리며 볕을 즐기는 암탉 무리를 수탉들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방금 깎은 잔디와 들꽃의 향기가 공기 중에 가득하다.


“여러분은 지금 동물들의 안식처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들이 주인이고 여러분이 방문객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상처받은 가축들의 쉼터, 생추어리 농장 입구에 새겨져 있는 문구이다. 한마디로 생추어리 농장은 학대당하거나 방치되어 죽어가는 농장 동물들을 구조하여 새 삶을 찾아주는 곳이다.



나의 엄마는 종종 좋은 구절이 담긴 글이나 동물에 관련된 기사들을 스크랩하여 보여주신다. 그 스크랩을 보던 중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생추어리 농장은 그동안 내가 꿈꿔왔던 낙원과 같은 곳이었다.


1986년, 가축 수용장의 사체 더미에서 숨이 붙어 있는 양 한 마리를 구출한 일을 계기로 저자 진 바우어는 비영리조직 ‘생추어리 농장’을 설립하게 된다. 현재 북미 최대 규모 수준의 가축 구조 및 보호 네트워크의 중심축이 된 이 농장은 뉴욕주 외곽의 전원 지역과 캘리포니아 북서쪽 올랜드 등 두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농장을 만든 과정과 그곳에 사는 동물들의 사연, 공장식 농장의 잔혹한 현실 등을 담고 있다. 저자는 농장의 평온한 모습과 함께 그 동물들이 오기 이전의 삶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농장 동물의 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에게 조차 숨을 고르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공장식 농장의 현실이 너무 끔찍하고 버거워 등을 돌리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나쁜 현실은 우리가 외면하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똑바로 직시했을 때, 기대하지도 않았던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각 주에서 펼친 다양한 캠페인과 여러 법 재정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철저한 자본주의 체제로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한 많이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이런 이윤추구에 밀려 동물 복지는 열악한 상황인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또한 이에 못지않게 동물의 복지와 건강한 식품 생산에는 관심이 없고 가격은 낮추고 생산은 높이려고 안달이다. 필자가 전해주는 미국의 대부분의 농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동물 학대적 농장 방침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얼마나 끔찍할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이런 농장식 축산은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적신호를 켜고 있다. 매년 발생되는 구제역, 조류독감을 비롯하여 최근의 살충제 계란 파동만 보더라도 그 위험성을 체감할 수 있다. 오늘날 식용으로 사육되는 가축들은 유전적 다양성이 거의 없고(최대한 생산량을 높일 수 있도록 계량한 동물만을 사육한다), 실내에서 움직일 공간도 없이 지내기 때문에, 감염에 대한 선천적 저항력이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보안하기 위해 다량의 항생제와 살충제 등이 사용되는 것이다.


우리도 더 이상 이런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치부되는 동물 학대적 농장 경영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장식 축산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좀 더 인간과 동물이 모두 건강할 수 있는 대안적인 동물복지형 농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은 지금 이 시점에서 꼭 읽어보고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책이다. 또한 생추어리 농장과 같은 농장 동물을 위한 보호소 설립에 대해서도 관심을 촉구하고 싶다.


그 옛날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발견했듯, 우리도 온 우주가 우리를 중심으로 도는 게 아님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어쩌면 당연한 논리가 현실 속에서는 모두가 외면하는 진실이 아닐까? 문명사회에서 모든 생명은 존중받고 인도적으로 취급되어야 마땅하다는 저자의 외침이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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