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이와 뒤뚱이

새 가족을 소개합니다.

by 손서영

3달 전에 5마리의 새끼 강아지가 나를 찾아온 날, 사실 한 마리가 더 있었다. 그 녀석은 친구들과 생김새도, 크기도 달랐다. 더 작고 약한 그 아이는 ‘미운오리새끼’ 같이 그 무리에 껴 있었다. 당연히 동배로 이루어진 5마리는 이 미운오리새끼를 친구로 껴주지 않았고 나는 그 아이를 안아다가 내 곁에 두고 보살폈다. 하는 짓이 똑똑해서 ‘꾀복이’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내 감독하에 큰 아이들과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하였다.


꾀복이는 매우 밝고 씩씩한 아이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웃는 얼굴로 즐거움을 한껏 표현한다.


꾀복이는 뒷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였다. 그래서 뒷다리를 쭉 피고 걷는 것이 아니라 조금 구부정하게 뒤뚱거리며 걷는다. 그래도 산책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 모습에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뒤뚱거리면서도 잘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저 대견하고 기특할 뿐이다. 요즘에는 더운 날씨 때문인지 물에 들어가서 물장구치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요며칠 부쩍 늘어난 잠자리를 쫒는것도 꾀복이의 일과 중 하나이다.


산책을 나가서 조금 쉴때는 다리가 불편한지 항상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그럴때면 마음 한켠이 아프지만 다시 씩씩하게 출발할 때는 대견스럽다.

밥도 잘 먹어서 항상 밥시간이 되면 제일 앞줄에서 기다리고 있어 항상 밥을 제일 먼저 주게 된다. 꾀복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제일 작은 밥그릇에 주면 자신에게 할당된 양을 야무지게 먹고는 자기 침대로 가서 잠을 잔다. 전혀 다른 밥그릇을 넘보지 않고 분쟁을 일으키지도 않는 착한 아이이다. 꾀복이는 이름처럼 꾀가 많아서 큰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고 정말 신경 쓰일 일은 한 가지도 안 만드는 아이이다. 제일 손이 많이 갈 줄 알았는데 그 반대여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정말 당차고 씩씩한 아이이다.


장애가 있어도 누구보다 장난을 잘치는 개구쟁이다. 형아들이 가끔 괴롭혀도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잘도 논다.

그러던 5월의 어느 날, 이웃에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산에 갔다가 덫에 다리가 걸려있는 아이를 구조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바로 데리고 오라고 하였고 곧 덫에 걸린 아이가 도착했다. 몹시 겁에 질려있는 백구였다. 데리고 오신 분들은 일단 급한 마음에 구조는 하였지만 개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하셨다. 상처를 보니 하루 이틀만에 좋아질 상처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돌보겠다고 하고 긴 싸움이 될 치료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진정을 하고 상처를 치료하려고 하였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백구는 전혀 나를 공격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많이 아플텐데도 백구는 그저 말없이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덫을 놓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되서는 안되는 것이다. 뼈가 들어나도록 상처가 깊은 건복이의 발을 보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건강하게 살라고 ‘건복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건복이는 다리가 아파서 절뚝걸이며 걸어다녔지만 산책은 절대 빠지지 않았다. 건복이에게 산책 코스가 너무 길 수 있어서 당분간 산책을 조금 짧게 다니기로 하였다. 다른 애들이 불만이 있을만도 한데 다들 새로운 친구의 건강을 위해 잘 참아주었다. 치료는 두달정도 계속 되었다. 매일 매일 붕대를 교체해줘야 했지만 건복이는 씩씩하게 잘 견뎌주었다. 나는 건복이의 치료를 위해 두달동안 꼬박 건복이 옆을 지켜야 했다. 힘들었지만 자신을 아프게 하는 나를 싫어할만도 한데 항상 나를 보면 꼬리가 떨어질 듯이 흔들어대는 건복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에게서 받는 사랑과 관심이 아픈 것보다 더 좋은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짠해 나는 더 신경써서 건복이를 보살폈다.


다리에 붕대를 감고서도 산책하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다. 다리가 아플텐데도 절뚝거리며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애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빠지지않고 가보곤 한다

건복이는 상처는 아물었지만 그때 다친 관절이 온전하지 않아 절뚝거리며 걷게 되었다. 그래도 나만 졸졸 따라다니는 수행 비서가 되었다. 보통 때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탓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있지만 가끔 나랑 단둘이 있게 되면 나에게 뛰어오르고 벌러덩 누워서 배 만져달라고 조르는 애교쟁이로 변한다. 나는 그런 건복이가 너무 예뻐서 틈만 나면 건복이를 쓰다듬어 준다. 건복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너무 조용해서 자칫 관심을 못 받을 수도 있어서 신경써서 챙겨주고 있다. 그리고 건복이는 이런 나의 관심을 너무나 소중히 받는 것이 느껴진다. 왠지 더 지적이고 교양있어 보이는 건복이가 나는 좋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을 타고난 건복이이다. 이렇게 조용한 개는 처음키워봐서 나는 건복이가 너무 마음에 든다.

동물과 밀접한 일을 하다보면 참 즐거운 일보다 슬프고 마음 아프고 기운 빠지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동물 복지를 공부하는 일도 그러하다. 동물에게 더 좋은 삶을 선물하고자 하는 일들이지만 그 전에 동물의 현재 상태를 소상히 알아야 한다. 그 과정은 정말이지 소름 돋게 무서운 일이다. 세상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끔찍한 일들이 아직도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글만큼은 슬픔보다 기쁨이 더 많은 해피엔딩이 글을 쓰고자 했다. 나와 인연을 맺은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그 후로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속의 해피엔딩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내 생각처럼, 내 글처럼, 나처럼 나의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랄뿐이다. 절뚝이와 뒤뚱이도 오래도록 내 곁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나는 그들의 장애가 더 사랑스러운 모습에 하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의 아이들이 절뚝거리고 뒤뚱거려도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보너스 컷. 편백이는 자기의 큰 밥그릇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일 작은 밥그릇인 꾀복이 밥그릇을 가지고 와서 내 눈치를 보느랴 귀가 뒤로 젖혀있다. 나는 먹으라고 허락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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