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나의 아빠의 고향이 이곳 시골이었으며, 할아버지께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별장 겸 생활 공간으로 조성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꽤 넓은 부지에서 개와 고양이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집은 낡고 모든 시설이 낙후되어 있기는 하지만 나는 나의 아이들과 야외에서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이 이 모든 것을 상쇄시키고도 남았다.
조금은 남루하지만 나의 모든 아이들과 나는 이 집이 마음에 든다. 오히려 허름해서 아이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왠만큼 어질러도 티도 안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 곳이 정해져 있고 집을 지을 필요도 없다(물론 집은 돈 벌면 새로 지을 것이다)고 해서 시골에 도착하자마자 꿈에 그리던 생활을 영위한 것은 아니다. 서울에 살다가 시골로 내려와 지내는 삶은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힘겹게 느껴질 수 있다. 먼저 대중교통 수단이 없고, 걸어서 갈만한 곳에 편의점 따위는 없다. 대형 마트도 없기 때문에 서울보다 생활비가 덜 들어갈 거라는 기대는 안 하는 편이 좋다. 핸드폰 수리를 할 곳도 없고 문화 생활이나 취미교육 등을 받을 곳도 없다. 또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한다면 시골 생활은 외롭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동물과 함께 시골에서 오순도순 행복한 삶을 꿈꾸신다면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연못에 잉어 밥주러 나오면 아이들이 모두 연못가에서 논다. 해복이와 복오가 연못가에서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1. 최대한 인가가 없는 곳으로 터를 잡는 것이 좋다.
나는 나의 동물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선물하고 싶어서 시골생활을 선택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적이 드문 곳이 좋았다. 사람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고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사람과의 접촉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인적이 너무 드문 곳은 위험할 수도 있으며 자칫 생활하실 때 외롭게 느껴지실 수도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조금은 숲 속에 위치한 곳이 개들을 산책 시킬 때에도, 마음껏 짖을 수 있는 자유를 주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 나의 개들로 인해 이웃에게 폐를 안 끼칠 수 있는 이곳이 나는 매우 마음에 든다. 도시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들을 구속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런 일들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짜릿한 기쁨이었다.
부모님이 머무시는 한옥의 전경이다. 한옥이라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나름 운치있어 좋다. 그래도 빨리 집을 지어서 부모님이 더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2. 집을 짓는다면 사람과 동물의 공간을 나누는 것이 좋다.
우리 집은 크게 3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일 큰 한옥은 부모님께서 머무시는 공간이다. 양옥식의 작은 공간은 공동 구역으로 부엌과 식탁이 있으며 이 공간에서 개들과 함께 지낸다. 마지막으로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있고 그 집에는 개와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시골 생활을 하다 보면 서울에서처럼 동물들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쉽지 않다. 흙장난으로 더러워진 아이들을 매번 목욕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며 진드기 같은 외부기생충들도 무시 못하는 존재이다. 그렇다고 사람과 동물의 공간을 나누어 생활하는 것은 내가 꿈꾸던 생활이 아니었다. 나의 개들과 고양이들에게 따듯하고 포근한 공간과 사람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집의 공간이 나누어져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했다. 동물과 함께 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으면서 쉴 때에는 깨끗한 각자의 방에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동물들과 뒤엉켜 지내는 삶이 좋아서 나의 방은 아이들과 함께 지내므로 예외이긴 하지만 말이다.
한옥 옆에 자리잡은 양옥의 모습이다. 보통 엄마와 내가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이어서 강아지들의 출입이 허락되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강아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3. 집 전체를 두르는 울타리는 필수이다.
이왕 동물과 함께 시골 생활을 하기로 했다면 나는 목줄에서 자유로운 삶을 선사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울타리가 없는 집에서는 개들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그런 삶을 꿈꿀 수 없었다. 우리 집도 처음에는 목줄에 묵어서 키우다가 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곳을 제외한 부분을 울타리로 막고 나서 아이들을 풀어줄 수 있었다. 목줄의 통제 없이 아이들을 기르는 것이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지금은 매우 만족도가 높다. 확실히 스트레스를 덜 느끼게 되고 운동량도 배가 되는 일이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사육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목줄을 해주거나 실외견사를 설치해서 기른다면 독일의 동물복지법을 참고해서 공간을 꾸며 주면 좋을 것이다.
독일의 목줄 예시 그림. 우리나라는 보통 1m도 안되는 줄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서 훨씬 많은 자유를 선사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다. 우리 집도 이와 비슷하게 만들어 놓았다.
5. 집을 비울 때를 대비해 놓는 것이 좋다.
강아지를 한두마리 정도 기른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나의 경우처럼 여러 마리를 키우실 분들은 목줄을 할 수 있는 공간이거나 실외견사를 두는 것이 좋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닌 다고 하더라고 외출을 하거나 집을 잠시 비울 때는 아이들의 안전사고(가출, 싸움, 기타 등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목줄을 해주거나 견사에 넣어놀 필요가 있다. 우리 개들도 큰 애들은 목줄에 작은 애들은 실외견사에 넣어두고 외출을 하곤 한다.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실외 견사의 모습이다. 내가 부재중일 때 주로 작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지내게 된다. 옆에 건물까지 연결되어서 꽤 넓은 공간을 조성해 놓았다.
여기까지가 내가 동물과 함께 시골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들이다. 나는 이것을 살면서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아쉬워했다면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은 조금이나마 수고를 덜어 들이고 싶은 마음에서 작성해 보았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다른 분들은 또 다른 생각을 가지실 수 있을 거라 짐작한다. 아무쪼록 더 많은 분들이 나와 같이 행복한 동물과의 동거를 하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