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집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예복이

예의가 발라서 예복이

by 손서영

예복이를 처음 만난 곳은 유기동물보호소였다. 예복이는 잔뜩 겁에 질려 개집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대형견이었음에도 몸을 작게 말아 집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맛있는 것을 주어도 집 밖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아서 집 안에 간식을 넣어주고는 하였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어느덧 한여름이 되었다. 그늘 한점 없는 곳에서 햇빛을 받아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플라스틱 집 속에 예복이는 여전히 웅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파 집을 그늘이 있는 곳으로 옮겨 놔주려고 하였다.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매주 2번씩 나를 봤음에도 예복이는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고 나는 강제로 예복이를 집에서 끌어내어야 했다.


예복이는 산책하는 내내 이리저리 뛰어다녀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을때 얼른 찍었다.

그렇게 집밖으로 나온 예복이는 쇠사슬이 목에 감긴 채로 살이 깊게 패여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쇠사슬을 풀어주려고 했으나 녹이 슬대로 슨 쇠사슬은 풀리지 않았다. 나는 커터기를 빌려와서 쇠사슬을 끊어내었다. 하지만 녹이 선채로 목에 달라붙어 있는 쇠사슬은 목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아팠을지 짐작도 안되었다. 나는 수액을 조금씩 부어가며 쇠사슬을 목에서 떼어내기 시작하였다. 많이 아플텐데도 예복이는 잘 참고 기다려주었다. 끔찍한 그 쇠사슬을 제거하고 소독을 해주고 다시 집에 넣어주었다. 예복이는 부랴부랴 집 속으로 들어갔다. 집속에 들어가서는 나를 빤히 보는 예복이를 나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또 수많은 유기동물들 중에 예복이에게 마음을 뺏겨버렸다.


마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예복이. 우리집에 아주 잘 적응해서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예복이가 되었다.


예복이는 대형견이라서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당분간은 따로 격리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예복이의 집을 만들어주고 나서 예복이를 데리고 왔다. 예복이를 데려오면서도 보호소에 남기고 오는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마냥 기쁜 마음으로 예복이를 맞이하지는 못하였다. 예복이는 그렇게 차 뒷자석에 앉아 조용히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집을 유난히 좋아하는 예복이를 위해 작은 집도 마련해 두었다. 예복이는 도착하자마자 그 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그렇게 1주일이 흘렸다. 나는 끊임없이 예복이를 찾아가서 귀찮게 굻었고 그 때문인지 아니면 여기는 안전하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예복이는 조금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와 더불어 예복이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나의 손길을 조금은 좋아해주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코인사를 하고 있는 예복이. 예복이는 친구들과 사귀고 나서는 절대 싸우는 일이 없다.

예복이는 처음에 여기 있는 친구들을 무서워하고 조금 공격적으로 대하기도 하였다. 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예복이가 밖에 나올때마다 목줄을 하고 다니면서 산책도 하고 집안 곳곳을 구경시켜주고 친구들과도 인사를 시켰다. 그리고 드디어 목줄을 풀어주던 날 예복이는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기뻐하였다. 아마 예복이 인생에서 목줄에서 풀리는 첫 날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예복이는 여기에서 행복한 견생 제 2막을 열었다.


친구들하고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는 예복이. 내가 사랑하는 모습이다.

산책도 가장 신나게 뛰어다니며 하고, 나뭇가지며 이것저것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물어오기도 하고, 친구들하고 장난치며 노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며, 식사 시간에 맞춰서 나오는 밥을 감사히 달게 먹었다. 이제는 예복이를 위해 마련한 집에 거미줄이 쳐있다. 예복이는 그 집에서 나온 뒤로 단 한번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쉴때는 내 방에 들어와서 쉬었고 잘때도 내 방에 들어와서 잠이 들었다. 이렇게 따듯하고 쾌적한 공간을 좋아하는 아이가 그 동안 얼마나 무서웠으면 그 작은 집에 몸을 구겨넣고 버텼던 것일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고 있는 예복이. 예복이는 가끔 엄청 긴 나뭇가지도 입에 물고 돌아다니길 좋아한다.

아직도 예복이는 산책을 나갔다가 사람을 마주치거나 낯선 차가 지나가면 그 자리에서 멀리 도망가서 집으로 돌아가 버리곤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예복이는 그토록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일까. 어쩌면 예복이의 상처를 치료하는 대에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몰랐다. 그래도 나는 기꺼이 예복이 옆에서 그 시간을 기다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우리는 모두 예복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표현하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이제는 안전하다고 그러니 안심하라고 끊임없이 일러주는 것이다. 그러면 예복이도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듯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마음을 놓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예전에는 무슨 소리만 나도 숨었는데 지금은 제법 앞으로 나와서 친구들과 함께 목청껏 짖기도 한다. 점점 당당해지는 예복이가 나는 그저 고맙다.


내가 잠시 외출을 했다 돌아오면 제일 먼저 나와서 반기는 것도 예복이고, 어디를 가든지 나를 쫒아와 내 곁에 있어주는 것도 예복이이다. 이런 예복이를 그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우리 예복이와 함께하게 된 것에 대해서 너무 감사드린다. 이렇게 알고나면 모두 빛나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부디 한 생명을 책임질때에는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며 책임지기로 결정을 하였으면 끝까지 함께 해줄 것을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나는 자유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예복이와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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