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보내는 소식지

아이들의 근황

by 손서영

여기는 봄잔치가 한창이다. 벚꽃, 목련, 동백 등의 꽃나무마다 꽃이 만개하였고, 땅에는 온갖 들꽃이 얼굴을 들고 봄의 햇살을 머금는다. 노란 햇살을 뚫고 나의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서로 장난을 치기 바쁘다. 나는 천천히 과수원이 있는 곳으로 산책을 나간다. 겨울에는 농로에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지만 봄이 되면 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나물을 캐는 분들이 가끔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새벽 산책은 농로로 오후 산책은 과수원으로 가고 있다. 집 앞에 배과수원이 있어서 아이들과 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KakaoTalk_Photo_20200420_0934_19943.jpg 산책시간이 좀 늦어졌더니 항의하러 개들이 내방으로 몰려왔다. 허겁지겁 준비해서 산책길에 올랐다. 무서운 녀석들이다.


현복이는 그동안 많이 건강해지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이제는 걷는 것에 전혀 무리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잘 뛰어다니고 있다. 현복이가 착하고 재미있는 아이인지 큰개, 작은개 할 것 없이 현복이랑 노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새 우리집 인기쟁이가 되어 있었다. 소복이가 제일 친한 친구이고, 그밖에 사총사와 예복이하고도 장난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KakaoTalk_Photo_20200420_0934_52319.jpg 유난히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현복이다. 그래도 즐겁게만 지낸다면 나는 상관없다.


순이는 복수는 차지 않지만 내분비질환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다. 그렇다고 건강에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산책도 잘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순이에게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순이도 과수원으로 산책을 가면 신이나서 이 친구 저 친구에게 장난을 치는데 이상하게 다른 아이들이 순이의 장난을 잘 받아주지 않는다. 몸이 아픈 친구라서 그러는 건지... 그걸 보는 내 마음이 부서진다. 내 사랑 순이가 맘껏 친구들하고 장난치며 놀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서 내가 대신 가서 순이랑 놀아주고는 한다. 같이 술래잡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순이 마음 안다치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항상 웃는 얼굴인 순이가 나는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다.


KakaoTalk_Photo_20200420_0934_30747.jpg 배꽃이 피어서 과수원이 온통 꽃밭이다. 환하게 웃고 있는 순이와 너무 잘 어울린다.


자유를 사랑하는 예복이는 여기에서의 생활이 마음에 드는지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 특히 다리가 아픈 건복이와 절친사이이다. 둘이 어찌나 잘 노는지 매일 서로 쫓고 쫓기는 장난을 치느랴 정신이 없다. 뭐가 그렇게 서로 재미있는지 만나기만 하면 장난을 치며 하루 종일 붙어 지낸다. 건복이가 다리를 절어서 너무 과격하게 노는 것이 안되는데 조심성이 많은 예복이가 그런 건복이를 배려해서 적정한 강도로 노는 것 같다.


KakaoTalk_Photo_20200420_0933_56573.jpg 잔뜩 신이난 예복이가 과수원에서 뛰어 다니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이다.


KakaoTalk_Photo_20200420_0935_20955.jpg 예복이와 건복이의 모습이다. 서로 신나게 장난치고 놀고 있다.


소복이는 친구들을 괴롭히는 장난이 많이 줄었다. 내가 혼을 내도 전혀 말을 듣지 않아서 내 방에 아픈 애들을 치료할 때 쓰는 케이지에 잘못할 때마다 넣어놓았다. 그랬더니 그게 그렇게 싫은지 눈에 띄게 나쁜 짓이 줄어들었다. 집안을 어질러 놓는 말썽이야 얼마든지 부려도 되지만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인데 그 부분이 많이 개선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요즘에는 친구들과 잘 지내는 소복이로 인기가 급부상하는 중이다.


KakaoTalk_Photo_20200421_2102_26815.jpg 장난꾸러기 소복이가 겁도 없이 편백이한테 장난을 걸고 있다. 그 모습이 재밌어 보였는지 다른 아이들도 몰려 왔다. 편백이가 아주 난처해 하고 있다.


KakaoTalk_Photo_20200420_0934_11875.jpg 해복이, 별복이, 달복이로 구성된 해복이 일가는 오늘도 사이 좋게 셋이 모여서 나른한 낮잠에 빠지려고 한다.


편백이는 전기장판에 불이 켜진 내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좋아한다. 봄이 되고 날씨가 따듯한 낮에는 밖에 누워서 광합성도 하고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내 침대에서 보낸다. 애들이 매트리스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서 임시로 쓰고 있는 라꾸라꾸는 편백이와 내가 동시에 눕기에는 비좁다. 그래서 나는 거의 하루종일 책상에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 덕분에 일은 많이 하는 것 같으니 이런 효자가 없기도 하다.


KakaoTalk_Photo_20200420_0934_43598.jpg 편백이는 오늘도 산책 중에 흥에 겨워서 드러누웠다. 신나게 엉덩이 춤을 추고 나서 일어났다.

이렇게 오합지졸 나와 25마리의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잘 지내고 있다. 완연한 봄이 찾아온 여기는 나의 아이들과 산책하기, 밖에서 놀기, 낮잠 재우기, 밥 챙겨주기가 무한 반복된다. 그렇게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져 있다.


KakaoTalk_Photo_20200421_2042_27393.jpg 아빠가 찍어준 이 곳 전경이다. 온통 꽃밭이다. 거기에 예복이가 더해져 작품같은 사진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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