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다, <모노노케 히메>

나의 로망에 다가서다.

by 손서영

얼마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꿈이 뭐예요?” 난 그 질문에 여러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저 간단하게 “작은 동물병원을 차리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아주 어렸을 적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좋아하였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보면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곤 하였다. 그때 생각했던 주제 중에 내가 태어난 이유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나는 늘 내가 왜 태어났는지... 나의 쓰임은 어디인지 궁금했다. 그러다 내가 동물에 관해서는 남들보다 예민한 촉수를 가졌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동물의 아픔에 대해서 감수성이 매우 높았으며 그런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동물을 아픔에서 구해줄 수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나의 첫 번째 꿈이었다. 그리고 난 그 꿈을 이루었다.


KakaoTalk_20200904_120655607.jpg 옥상에 있는 걸 좋아하는 이복이와 월복이가 같이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이 평화로워 진다.


두 번째 꿈은 고등학교 때인지 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였다. <모노노케 히메>, 우리나라 번역으론 ‘월령공주’라는 영화를 보았다. 모노노케 히메는 어린 나이에 들개에게 버려져 들개처럼 키워진 여자아이가 ‘아시타카’라는 소년과 함께 숲을 지키려고 인간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결론이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많은 동물이 죽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보는 내내 불편했지만, 나는 모노노케 히메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들개의 등을 타고 다니며 숲을 지킨다는 것은 너무도 멋진 일이 아닌가. 이때부터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을 것만 같은 꿈을 꾸게 되었다. 너무 현실성이 없어 잊혀져버릴 수 밖에 없는 나의 로망, 모노노케 히메가 되고 싶었다.


KakaoTalk_20200904_121605598.jpg 이렇게 들개 등에 타고 다니며 들개들과 함께 숲을 지킨다. 모노노케 히메 주위로 숲의 전령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다 최근에 <모노노케 히메>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고 잊고 있었던 나의 꿈이 생각났다. 그리고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나의 삶이 월령공주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개들의 등을 타고 다니지는 않지만 많은 아이들을 군사처럼 이끌고 산책을 나가고 또 내가 지내고 있는 이 산이 개발되지 않도록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혹자는 숲을 개발하여 돈을 벌어 더 많은 아이들을 돌봐주는게 옳치 않냐고 하지만 나는 숲 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조금 무섭다;;;) 나는 그 깊은 곳에 분명 <모노노케 히메>의 영화에서처럼 숲의 전령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전령의 보살핌 아래 정말 수 백 종의 동물이 살고 있으니라 생각된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분명 개발이 되지 않은 자연이 훨씬 가치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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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00904_120656842.jpg 또 꽃복이가 장난을 치고 있다. 꽃복이는 처음에는 제대로 서서 장난을 치지만 나중에 거꾸로 메달려 있거나 땅에 누워있거나 하는 포즈로 끝을 맺는다.


나에게 왜 이런 삶을 사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 왜 젊은 나이에 힘든일을 자처해서 하는지 의아해 하는 분들도 많다. 나도 가끔 남들처럼 나를 꾸미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연애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떠오르는 니체의 말이 있다. 작고 사소한 고민을 끌어안고 전전긍긍하다 보면 점점 더 작은 사람으로 굳어져버린다. 반대로, 크고 깊은 고뇌에 골몰할수록 더 큰 사람으로 거듭난다. 깊은 고뇌는 우리를 갈고 닦아 불굴의 힘을 기르게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안목을 선사하고, 새롭게 태어날 기회를 준다. 이 말처럼 내가 뭔가 거창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를 넘어서서 다른 생명을 위한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KakaoTalk_20200904_120852321.jpg 며칠전에 서울에 올라오면서 아이들 몇마리를 데리고 갔다. 그랬더니 서복이가 밖이 그리운지 너무 쓸쓸한 뒷모습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애들 때문에 바로 내려왔다.


동물들을 위한 삶을 살면 그것이 꼭 그들만을 위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행동에서, 그들의 눈빛에서 나는 내 영혼이 위로받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동물을 가까이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영혼 치유력은 실로 대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도 케어하기 힘든데 무턱대고 동물을 집에 들여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동물을 위한 봉사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동물들에게 둘러쌓여 그들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게되면 그 사랑의 힘으로 내 안에 이제껏 깊이 잠들어 있던 장점들이 드러나게 된다. 일종의 인간적인 존엄성이 얼굴을 내밀며 내 안의 자존감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함을 느낀다.


KakaoTalk_20200904_120728017.jpg 복이가 산책나갔다가 뱀에 물렸다. 다행히 심하진 않았지만 얼굴이 퉁퉁 부워 올라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내가 꿈꿔오던 삶은 처음에 막연했었다. 하지만 나는 꾸준히 그 꿈으로 향하는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밟아왔다. 그 길은 직선으로 통하는 지름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를 이곳으로 도달하도록 이끌어줬다. 나는 지금 누군가가 꿈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이미 꿈을 이루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난 수의사인 모노노케 히메라고 말이다(부끄러워서 정말로 이렇게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때 보다도 더 충만한 나로 만들어 주는 것으로 보아 나는 꿈을 이룬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KakaoTalk_20200904_120709757.jpg 아이들이 전부 집안에 들어와 발딛을 틈이 없다. 근데 난 이렇게 발딛을 틈이 없이 애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좋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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