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도 아이들의 말썽은 계속된다.
가을이 다가와서 인지 태풍의 영향인지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밤이 되면 약간 춥다고 느낄 정도이니 사계절이 변화하는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밤이고 낮이고 틀어대던 에어컨은 이제 운행을 멈춘지 꽤 되어가고 있다. 덥다고 아우성치며 항상 내빼고 있던 아이들의 혀는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 속으로 쏙 들어갔다. 선선한 날씨 덕에 쌔근쌔근 낮잠도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며 지내고 있다. 나는 언제나처럼 이런 아이들 곁에서 이런 저런 글도 쓰고 동물병원에 출근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 학기가 시작되어서 대학교 강의도 시작하였다. 코로나 덕분에 편하게 집에서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는데 자꾸 수업 중에 우리 애들이 떠드는 통에 잠시 중단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우당탕탕 우리 가족은 잘 지내고 있다.
우리집 막내 꽃복이는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지고 있다. 처음 나에게 안겼을 때는 품안에 쏙 들어왔는데 이제는 제법 커서 안아올리기 힘들어졌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꽃복이를 보는 것이 하나의 행복으로 자리잡았다. 꽃복이의 조상을 알 수 없으니(엄마는 아는데 아빠를 모른다) 얼마나 클지 모르지만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잘 먹고 잘 놀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내 바램을 잘 아는지 우리 꽃복이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아주 기특한 녀석이다. 가끔 큰 아이들이 꽃복이를 때리면 꽃복이는 지붕이 떠나가도록 울어서 도움을 요청한다. 그럼 비수같이 날아가서 꽃복이를 구출하고 꽃복이를 때린 주동자를 가려내서 혼쭐을 내주는 것이 내가 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울음 끝이 긴 꽃복이를 어르고 달래 재우는 것도 내가 하는 일이다.
말썽꾸러기 대장 소복이는 요즘 많이 어른스러워졌다. 원래 소복이는 편백이 아니면 침대를 허락하지 않았는데 내 보호아래 다복이와 동복이를 자꾸 침대에 올려두니 조금은 받아들이는 눈치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자리를 비우면 득달같이 애들을 때려서 울려놀텐데 요즘에는 가만히 눈감고 자고 있는 적이 많다. 그 모습이 어찌나 기특한지 소복이를 더 열심히 예뻐해주고 있다. 그렇게 잘 나가더니 어제 새벽에 동복이가 우는 소리에 놀라서 깨어보니 소복이가 자고 있는 동복이를 때린 것이다. 그래서 다시 다복이는 내 책상 위로 피신을 오고 동복이는 내 무릎위로 올라왔다. 동복이가 약간 무게가 나가서 다리가 심하게 저려오지만 소복이가 또 때릴까 겁이 나서 내가 침대에 있을 때만 애들을 올려두려 한다. 소복이 녀석... 잘 하더니 또 삐끗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만하면 눈에 띄는 성과라고 본다. 이렇게 서두르지 말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가며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나만의 행복이다.
말썽꾸러기 대장이 조금 철이 들었어도 애들의 말썽은 계속된다. 항상 해오던 말썽으로는 실내에 오줌싸기, 마시는 물에 고명으로 사료 띄워놓기, 멀쩡한 밥그릇 엎어놓기, 내 무릎 도가니 나가게 무릎에 앉아있기(이건 말썽은 아니지만 꽤 힘들다), 내가 아심차게 구매한 공기 청정기에 오줌싸기 등 여러 사소한 말썽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 간다. 요즘은 현복이와 삼복이가 자꾸 실내에서 대소변을 보고 창틀에다가 싸놓기도 해서 애를 먹고 있다. 멀쩡히 잘하던 실외배변배뇨를 어떤 이유에서 멈춘건지... 밖에 있는 큰 애들이 때린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지만 시간날 때마다 안고 밖에 나가서 놀아주면서 배변배뇨를 유도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대형사고가 있었다. 눈복이와 사총사(복일, 복이, 복삼, 복오)가 과수원 산책길에서 새끼 멧돼지를 만났는데 무는 일이 있었다. 가을이 되고 과수원에 배가 열리자 배를 먹으러 멧돼지들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무슨 이유에선지 어미랑 떨어진 새끼 멧돼지를 애들이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애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쓰러져 있는 멧돼지를 안고 집으로 뛰었다. 상태를 보니 애들이 문 상처를 통해 장이 바깥으로 나와있었다. 장화도 벗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수술을 해서 장을 무사히 환납하였지만 새끼 멧돼지는 끝내 마지막 숨을 내뱉고 떠나가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과수원 산책길은 잠정 폐쇄 되었다. 새끼 멧돼지를 어미가 찾고 있을까봐 과수원에 도로 갖다놓고 싶었지만 애들이 따라와서 또 무슨 살생을 할까 겁이나 가지 못하고 내 집앞 뜰에다 뭍어주었다. 정말 살생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인데 일어나 버렸고 나의 아이들은 본능에 따른 것이니 혼내도 소용도 없다. 그저 내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수밖에... 논길도 못다니게 되고 과수원도 막혔으니 이제는 집 뒤 야산으로 가야되지 싶다. 거기는 사람의 발길도 없지만 길도 없는 험한 곳이라 산책을 할 수 있을지 오늘 정찰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또 야생동물은 없는지도 잘 살펴보아야 겠다.
이렇게 우당탕탕 우리 가족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려고 한다. 가을에는 좀 더 사고 안치고 서로 싸우지 않고 내 말 좀 듣고 착하게 그렇게 보냈으면 한다. 하지만 나도 너무나 잘 알듯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나의 아이들을 지금 이 모습 이대로 사랑한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사랑 듬뿍 주기, 그게 내가 올 가을에도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