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서영 Jan 07. 2021

가장 아름다운 이별, 입양을 보내다.

내가 그간 올린 글들을 보시고 한 수의사분이 연락을 주셨다. 도움이 되고 싶으니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하셨다.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수의사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통화도 하고 카톡도 주고 받으며 수의사분은 ‘언니’라는 호칭으로 바뀌었고 나의 이런 저런 애로사항을 들어주시기도 하고 간식도 보내주시기도 하셨다. 그 언니는 나와 연락을 하기 얼마 전에 자신이 자식처럼 키우던 아이를 보내셨다고 하셨다. 아직 그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힘들어 하셨다. 나는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내가 무엇도 해줄 수 없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꼈다. 그저 같이 마음 아파할 수밖에 없었다.     


입양가기 위해 임시보호 중인 카멜이. 인형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


그러다 몇 달전 새로운 아이를 들이기로 하셨다며 2마리를 나를 통해 입양할 수 있냐고 물어오셨다. 나는 그 말에 반색을 하며 물론이라며 내가 입양할 수 있는 아이를 알아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뒤에 보호소를 여러 차례가며 아이들 중에 입양을 보낼 아이를 선택해야 했다. 그 일은 새로운 생명을 구하는 일인 동시에 다른 생명들을 외면해야 하는 일이라서 쉽지만은 않았다. 아이들을 관찰하며 가장 보호소에 적응하지 못하는 녀석들로 골랐다. 모두 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유독 더 힘겨워하는 아이에게 손을 뻗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성향이었다. 그렇게 선택되어 우리집에 온 아이는 살짝 포메라이언이 보이는 믹스견과 시고르자브종인 아직 어린 강아지 이렇게 2마리였다.    

  

따듯한 방바닥이 좋은지 거의 실신한 듯 잠만 자던 부. 너무 사랑스럽고 애처로왔다.


믹스견은 보호소에 오기 전에 여러 차례 이집 저집을 전전했다고 했다. 그러다 급기야 보호소까지 내몰리게 된 것이 었다. 나는 살짝 걱정도 되었다. 무언가 이 아이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서 자꾸 버려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살짝 예민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금방 우리 가족에 어울려 아빠 껌딱지가 되었다. 살짝 품종견의 피가 섞여서 인지 이 아이는 강아지 친구들보다 사람을 좋아했다. 아빠 무릎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런 그 아이를 우리 가족은 잠시지만 정말 사랑했다.     

 

입양가서 언니 차를 타고 외출하는 카멜이다. 당당한 포스가 느껴진다. 이쁜 목줄도 하고 이제 정말 주인이 있는 보호받는 반려견같아 보인다.


시골혼종견인 강아지는 금방 언니, 오빠들과 친해졌다. 역시 혼종견 특유의 넉살과 친화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도 잘 따르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우리 집에 겨우 1주일 있었지만 우리 가족은 그 아이의 매력에 금방 사로잡혔다. 그 언니 집으로 보낼 날짜가 다가올수록 우리 가족은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한 감정이 교차하였다.      


우리 집에서는 보기 힘든 고급진 간식을 뜯고 있는 부. 그곳에서 더 행복해 보여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입양을 보내는 일은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생각한다. 내 곁을 떠나 더 좋은 가정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지낼 수 있게 한다는 것처럼 가슴 뛰게 기쁜 일은 없다. 우리 집은 워낙 애들이 많다 보니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고 있는지 항상 반문하게 된다. 그렇지 않을까봐 항상 신경쓰지만 어딘가엔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말 믿을 수 있는 좋은 가정으로 아이들을 보내는 일은 너무도 소중한 기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헤어지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언니와 형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에 드라이브 갔다오셨다. 아이들이 아주 호강이 늘어졌다. 사랑 많이 많이 받거라. 내 사랑둥이들아~


언니네 가족들은 장장 4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달려서 아이들을 데리러 와주었다. 언니와 형부에게 아이들을 하나씩 안겨주고 나니 그간 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걱정이 눈녹듯이 사라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가족이었던 것처럼 아이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언니와 형부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어서 나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옆에서 바라볼 뿐이었다. 그제서야 이 이별이 전혀 슬프지 않게 다가왔다.      


카멜이는 형부 껌딱지가 되었다고 한다. 형부를 너무 좋아하는 카멜이를 형부는 '프리마돈나'처럼 이쁘다며 항상 챙기신다고 하신다. 아름다운 이야기다.


언니네는 아이들이 낯설어할 때 집에 데리고 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하룻밤을 이곳에서 지내셨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시고 배려하시는 모습에 나의 마음은 기쁨으로 넘실댔다. 나와 가족들은 아이들과 이별할 준비가 되었고, 아이들은 우리와 이별하여 새로운 가정으로 갈 준비를 모두 맞췄을 때, 아이들을 태운 언니네 차가 출발하였다. 우리는 멀리까지 손을 흔들며 언니와 아이들의 행복을 빌었다. 

     

부는 언니의 아버지가 무척 이뻐하신다고 한다. 무릎에 앉아 있는 모습이 아주 익숙해 보인다.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다.


언니와는 요즘도 자주 연락을 하며 지낸다. 아이들은 모두 적응을 끝마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사진을 종종 보내주시고 계시다. 나는 그 사진 속의 아이들이 행복에 취해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나 신나게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게 된다. 혼종견의 이름은 카멜이고 시골혼종견의 이름은 부(Boo)로 지어 주셨다. 카멜이와 부는 언니와 형부의 품에서 그간 아픈 기억들을 다 잊고 새로운 삶을 즐겁게 살고 있다. 나는 내가 버려진 생명들에게 삶의 기쁨을 선물했다는 훈장과도 같은 자부심을 가지며 오늘도 나의 아이들과 행복한 일상을 살아간다. 눈이 내리는 날, 그곳에서도 눈길을 달리고 있을 카멜과 부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본다.  


방금 전에 사진을 보내주셨다. 부와 카멜이가 포근한 담요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녀석들 얼굴에 행복이 묻어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에 보내는 소식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