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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14. 2022

말을 거는 방법에 대하여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리뷰

'기후 위기'를 소재로 연극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좋을까? 작가이자 연출가인 전윤환은 '작가'를 무대 위에 세우는 방법을 택한다. 즉 연극의 주인공 중 하나가 작가인데 '메타인지' 기법을 사용해 지금 현재 고민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작가와 연출자가 들여다 보고 그가 극본을 쓰는 과정, 취재에서 알게 된 내용 등을 11명의 배우들을 통해 드러내는 형식이다.

이렇게 기본 형식이 완성되자 이야기는 기후 위기만이 아니라 2030 세대나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확장된다. '지구 시계 마지막 1분'을 언급하며 등장하는 암전 효과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배우들을 통해 반복되는 대사들도 효과적인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돈 룩 업》에 출연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그레타 툰베리 얘기도 나오지만(디카프리오 인터뷰 장면 재연의 엉터리 영어는 너무 귀엽고 재밌었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기후 위기나 환경에 대한 얘기는 너무 멀리 있"고, "와닿지 않는다"라고 말할 땐 조너선 샤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 생각이 나기도 했다.

형식이나 대사도 좋았지만 배우들의 성의 있는 액션과 눈빛이 감동적인 연극이었다. 랩을 하거나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장면도 좋았다. 연극이 끝나고 나오면서 아내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 루이스 역을 맡았던 김세환 배우가 이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것 같다고 속삭이며 좋아했다.

연극은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쳐며 달려오던 우리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반성하게 한다. 기후 위기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느끼고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리뷰를 쓰려고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다가 누군가 이 연극 프로그램 북에 '와닿지 않는 위기를 가깝게 느끼도록 만드는 게 예술가의 몫'이라 쓰여 있었다는 얘기를 읽었다. 그렇다면 서른여섯 살밖에 안 된 젊은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전윤환의 의도는 꽤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뛰어난 설정과 대사 창조로 '기후비상사태'의 심각성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으니까. 드라마 트루기로 참여한 조천호 기후과학자의 역할도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아내는 자신이 작년에 쓴 돈 중 가장 잘한 게 10만 원 내고 국립극단 연회원이 된 거라며 웃었다. 옆에서 늘 아내 덕을 보는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뜻으로 과장되게 큰 웃음을 지었다. 5월 11일부터 6월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상연하다. 시간 내서 꼭 보시기 바란다(*마지막 사진은 김세환 배우가 코로나 19 이전에 극단 동료들과 찍은 사진이라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의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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