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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30. 2022

소설로 사회적 의제를 말하는 좋은 예

김동식 연작소설『궤변 말하기 대회』

'어렸을 땐 귀신이 무서웠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더라'는 말은 철이 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얘기다. 사람만큼 소중한 존재도 없지만 동시에 가장 무섭고 해로운 존재 역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그런데 이런 말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소설가 김동식이다. 그는 귀신 목격담이 사라진 이유가 '공장식 대량 축산' 때문이라는 실로 엉뚱한 주장을 한다. 어째서 그런가. 사람이나 짐승이나 죽으면 다 귀신이 된다. 그런데 현재 귀신의 목격담이 없어진 이유는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되자마자 짐승들에게 잡아먹히기 때문이란다.


"마당에 암탉 몇 마리 풀어놓고 키우는 시대가 아닙니다. 헛간에 몇 마리, 농장에 수백 마리 풀어놓고 키우는 시대가 아닙니다. 공장식 대량 축산은 오직 효율만을 위해서 좁디좁은 창살 안에 수천, 수만 마리의 가축을 한꺼번에 키웁니다. 공장식 축산을 하는 돼지우리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마치 이쑤시개 통처럼 빽빽합니다. 한 평당 열 마리 이상, 딱 최소한의 폭에 맞춘 철창은 돼지가 제자리에서 뒤를 돌아보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비좁습니다. 그 비좁은 공간에서 잠과 식사와 배설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좁아서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먹이는 강제로 주입당하고, 오물로 얻게 된 병은 독한 항생제로 처리됩니다. 그런 환경에서 스트레스로 미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연작소설 『궤변 말하기 대회』의 「동물 귀신을 본 적 있나요?」에 나오는 이연우 교수의 말이다. 그는 '궤변 말하기 대회' 출전이라는 방식을 통해 공장식 축사의 폐해에 대해 고발한다. 이는 김동식 작가가 '그렇게 정상이 아닌 가축들이 단체로 죽어 인간 귀신을 잡아먹는다'는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간 귀신이 하루에 1000명씩 는다면 동물 귀신은 그보다 훨씬 많이 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하루 돼지 도축량만 7만 6000마리에 달하니까.


내가 최근에  책에도 썼지만(,    얘기를 하는군요. 죄송합니다. 대기업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초반에 광고를 많이 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라 여겨주십시오. 『살짝 웃기는 글이   글입니다』  「가장 짧은 얘기로  돈을 버는 남자」  참조) 김동식은 중학교 중퇴 학력에   넘게 주물공장에서 일하다가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글을 쓰기 시작해 작가가  사람이다. 그는 지금까지  편도 넘는 초단편을 발표했고 초단편 소설 작법서에 이어 이제 연작소설까지 발표했다. 나는 방금 얘기한  「동물 귀신을   있나요?」를 읽다가 무릎을 쳤다. '궤변'이라는 주제로 이런 식의 사회적 의제를 건드릴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작년 4월에 페스코 베지터리언이  것도 공장식 대량 축산  환경 문제를 깊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고기와 육수가  음식을 먹지만 그동안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고기를 먹었다는 반성을 하며 고기 먹는 습관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 김동식 작가의  소설을 읽으니 역시 작가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말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집을 추천한다. 사기 싫다면 도서관에 추천해 빌려서라도 읽으시라. 당신의 상상력을 10Cm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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