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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10. 2022

사람과 인형이 함께 만든  기막힌 이야기

연극 《반쪼가리 자작》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공공의 적》은 송능한 감독의 《넘버 쓰리》와 더불어 재밌는 대사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보물상자 같은 작품이다. 나는 특히 칼잡이로 출연한 유해진의 대사들을 좋아하는데 어제는 그가 취조실에 잡혀와서 "복남이파 양복남이는 내기 소싯적에 쑤신 게 맞습니다. 맞는디, 명철이파 조명철이는 난 얼굴도 모른당께요." 라고 하던 대사가 다시 생각났다. 백성희장민호극장에 가서 본 연극 《반쪼가리 자작》의 극단 이름이 '창작조직 성찬파'이기 때문이다. 히 칼잡이로 출연한 유해진의 대사들을 좋아하는데 어제는 그가 취조실에 잡혀와서 "복남이파 양복남이는 내기 소싯적에 쑤신 게 맞습니다. 맞는디, 명철이파 조명철이는 난 얼굴도 모른당께요." 라고 하던 대사가 다시 생각났다. 백성희장민호극장에 가서 본 연극 《반쪼가리 자작》의 극단 이름이 '창작조직 성찬파'이기 때문이다.

이탈로 칼비노의 중편소설이 원작인  작품은  사명감도 없이 이교도와의 전쟁에 참여했다가 포탄에 맞아 몸이  조각으로 갈라진 청년 자작 메다르도의 이야기다. 환상문학의 대가 칼비노야 상상력만으로 사람이 둘로 갈라지는 얘길 자유롭게 썼겠지만 그걸 무대로 옮겨야 하는 사람들에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각색과 연출을 맡은 박성찬의 이력이 빛난다. 그는 극작과 연출은 물론 오랫동안 인형  무대 디자이너로도 활약해  사람이기 때문이다. 박성찬은 한정된 공간에 수다스러운 광대들을 등장시켜 전쟁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중에서도 메다르도가 포알에 맞아 몸이 갈라지는 주요 장면은 '슬로우 비디오' 재현한다. 그가 만든 멋진(정말  쪽으로 갈라지는) 헝겁인형이 있었기에 가능한 연출이다.


우리가 연극을 보는 이유는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는 거짓말'을 기꺼이 용인하며 함께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쾌감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연극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선과 악으로 완벽하게 갈라진 인간을 보여줌으로써 '완벽한 선도 완벽한 악도 존재할 수 없다'는 명제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원작은 물론 2017년 초연 때부터 관객을 매료시키며 계속 업그레이드한 연기와 시대를 초월한 이국적인 의상 등이 탄탄한 연극이 가진 힘을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성찬파' 두목 박성찬의 열의는 팜플릿에 실린 '각색·연출가의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연극을 보기 직전 객석에 앉아 "이걸 어떻게 하지? - 이게 맞는 걸까? - 누구를 위해 공연하는가?" 세 부분으로 나눠 쓴 글을 읽은 아내는 "기획의 기본이네!"라며 감탄했다. 남다른 이력과 프로페셔널한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연극 '반쪼가리 자작'을 권한다. 이름엔 반쪽이 들어가지만 작품은 나무랄 데 없는 완성품이니까.

제43회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관객리뷰단 인기상을 받았다. 9월25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상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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