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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01. 2022

마음껏 웃으며 극장을 나왔던 연극

국립극단의 《스카팽》

'극립극단의 유일무이한 코메디 레파토리'라는 팸플릿의 문구만으로도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연극 《스카팽》은 ‘태양왕’이라 불렸던 루이 14세 때 활약한 몰리에르의 대표작 ‘스카팽의 간계’가 원작이다. 사업 관계로 얽힌 부모(아르강트, 제롱트)와 그 아들들(옥타브, 레앙드르)이 결혼이라는 인생 최대의 이벤트를 놓고 벌이는 한바탕 소동 이야기인데 여기에 머리 좋은 하인 스카팽이 큰 역할을 한다. 물론 제목이 스카팽이라고 해서 그가 주인공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맥거핀에 가깝다.


연극은 시종일관 즐겁고 떠들썩하다. 아내와 나는 문예주 배우의 팬이라서 갔는데 몰리에르 역의 성원, 스카팽 역의 이중현은 물론 박경주 이호철 강해진 안창현 김예은 김명기 등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찰떡궁합이다. 누가 나와도 과장되고 액션이 큰 연기를 하지만 너무 잘하니까 난발하는 애드립도 어색한 구석이 거의 없다. 우리가 이 연극을 보러 간다고 했더니 문예주 배우가 인스타그램에 '아르강뜨와 네린느 역을 일주일씩 돌아가며 하는 더블 캐스팅인데 이번에 나는 10분밖에 나오지 않아요'라고 썼길래 "배우님이 나올 때마다 눈을 부릅뜨고 보겠습니다"라는 댓글을 달고 극장에 갔다.


내용은 아침 막장드라마 같지만 관록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임도완 작품답게 쏟아지는 웃음 속에도 현 정치권과 사회상을 비판하는 찰진 대사들이 난무한다. 커튼콜 때 성원 배우가 “오늘 전석 매진 감사드립니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같이 연극을 본 아내와 박재희 선생은 극장을 나서며 "하도 웃어서 그런지 추운 날씨인데도 별로 춥지가 않다"라면서 그냥 갈 수 없으니 맥주나 한 잔 하자, 라며 명동 봉구비어로 들어갔다. 이번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면 강추한다. 국립극단의 스카팽! 명동예술극장에서 12월 25일까지 상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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