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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03. 2022

재미없으면 류근 책임이야!

류근 산문집 『진지하면 반칙이다』

페이스북에 똑똑하고 멋진 사람들이 많지만

가장 유명한 사람은 류근 시인 아닐까 한다.

한때 '남인태 북류근'이라고는 말도 있었다는데

(인사동 술집에서 오인태 시인한테 직접 들었다)

류근은 인기인답게 욕도 많이 듣는 사람이었다.

오인태 시인은 페부커 대부분이 다 좋아했지만

류근 시인은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다.


웃기는 건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가

거의 똑같다는 것이었다.

잘 난 척을 한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잘난 척은 지금도 한다)

욕을 자주 한다는 게 두 번째 이유였다

(씨바,라고 옹졸하게 외치곤 한다).


책을 내면 띠지에

'김광석이 사랑한 시인'이라는

치사한 카피가 붙곤 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가사 때문이었다.

(아마 출판사에서 하자 했을 것이다)


강남 부호라는 소문이 있는데도

늘 라면 타령을 하는 바람에  

라면박스 보내는 팬들이 속출했고

출판사에 전화해서

"내 시집 왜 기사 안 써 줘요?"

라고 따졌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헛소문이었다고 본인이 썼다.

KBS 《역사적 그날》에 출연해서

"류 시인은 시는 언제 써요?"

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문제가 많은 시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발언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동료 시인들의 좋은 시도

주저 않고 소개했다.

(며칠 전 손택수의 「왔다 간 시」 참 좋더라)


문재(文才)가 있는 시인이었다.


어젯밤엔 김장을 한 날이라 피곤한데도

축구를 봤는데 우리나라가

거짓말처럼 포르투갈을 이겼고

아침에 나와 창문을 열어보니

거짓말처럼 눈이 지붕에 쌓였다.


사놓고 읽지는 않았던

그의 책을 며칠 만에 펼쳤다.

이걸 깨끗이 읽고

알라딘에 팔까, 아니면

며칠 더 두고 읽을까 망설이다가

후배와 낮술 마시고 연탄재

차던 구절부터 밑줄을 긋고

책 귀퉁이를 접기 시작했다.


에이, 몰라.

이제 이 책 재미없으면

류근 책임이야.

진지하면 반칙이라고?

재미없으면 류근 반칙이야.


이렇게 쓰고 말려했는데

59페이지에 '나는 이렇게 말하련다.

그가 읽는 책이 곧 그 사람이다!'

라는 말이 나온다.

아악, 안 돼. 나는 류근이 아니야.

난 실수로 이 책을 펼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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