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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04. 2022

김세환 배우가 나오는 연극은 무조건 봐야 하는 이유

연극  《스푸트니크》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인생에 대해 별말을 해주지 않는 작품까지 읽을 여유가 없다."라고 썼는데 이는 연극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아내와 나는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나 배우의 작품을 따라다닌다.  《앤젤스 인 아메리카》 이후 김세환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을 모두 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오늘 낮에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본 《스푸트니크》는 네 명의 남녀 배우가 객석 사이로 나타나 대사를 하는 특이한 구성이었다. 너무 느닷없이 대화를 시작하기에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장소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게 당연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다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안쓰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스푸트니크라는 제목이 붙은 건 소련이 개발한 우주선 스푸트니크 2호에 탔던 개 때문이다. 지구를 벗어나 지구를 바라본 최초의 생명체인 개 라이카를 통해 연극은 '인생이든 사람이든 멀리 떨어져 봐야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슬픈 진실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대화를 하는 내내 서로의 얼굴 대신 다른 곳을 쳐다보는 배우들의 시선이 신기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선명균 문현정 김세환 신사랑 네 사람 모두 표정과 대사 타이밍이 기가 막혀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나는 넋을 잃고 그들을 바라보며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인스타그램에서 김세환 배우가 '할인권 얻고 싶으면 메시지를 보내시라'라고 쓴 글을 읽고 그에게 DM을 보내 50% 할인권(파트너할인)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멋진 연극을 두 사람이 3만 원만 내고 보는 행운을 누렸다. 부지런하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운이다.

극본이 너무 세련되고 좋아서 집으로 와 인터넷을 찾아보니 극작가 박해성은 2008년부터 창작 공동체 상상만발극장에서 <믿음의 기원 1> <믿음의 기원 2: 후쿠시마의 바람> <스푸트니크> <도덕의 계보학> 등을 쓰고 연출한 사람이었다. 알면 알수록 봐야 할 연극도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부지런히 보고 읽는 사람이 끝내 행복을 쟁취하리라, 라는 교조적인 생각을 하며 술집으로 향했다. 관람시간 70분. 12월 1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상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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