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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an 25. 2023

배우 김시유의 발견

연극 《에쿠우스》

산울림에 《고도를 기다리며》가 있다면 실험극장엔 《에쿠우스》가 있다. 1975년 시작된 한국의 에쿠우스에서 엘런 역을 맡았던 배우는 모두 스타가 되었다. 나는 아주 오래전에 강태기나 최민식, 조재현 버전을 보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최재성과 김부선(질 역으로 출연) 커플로 본 게 약간의 콤플렉스로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김시유 배우를 만남으로써 미련을 떨쳐 버린 것 같다. 아내는 에쿠우스를 여러 번 본 팬들의 추천을 통해 김시유 배우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팬들의 추천은 너무나 적확했다. 엘런 역의 김시유는 표정, 목소리, 몸매, 대사 소화능력까지 너무나 간절하고 매혹적이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가보니 2014년도에 에쿠우스를 처음 만나 언더스터디를 오래 했고 해남, 서산, 인천, 경산, 양산, 당진, 진주, 홍성, 부산, 세종을 거쳐 드디어 서울에서 관객을 만나게 되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그가 오랫동안 엘런 역을 꿈꿔 왔던 사실은 어제 연극을 보기 전 잠깐 만나 얘기를 나누었던 극단 드림플레이 김재엽 대표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다른 선배들의 연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예전의 연기를 답습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괜찮다. 엘런 역의 김시유와 질 역의 박수연(데뷔작이다!)의 연기가 너무 좋았으니까. 그리고 말로 출연한 코러스들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정말 최고다. 그것만으로도 이 연극은 볼 가치가 있다. 며칠 안 남았다. 이번에 못 보면 다음 시즌을 기다리자. 좋은 연극은 언제든 다시 돌아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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