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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Feb 21. 2023

고슴도치 아가씨 탄생기

김민정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김민정 시인은 시를 쓰기엔 너무 순진하고 천방지축이었는지도 몰라. 처음 시를 써서 교수님에게 가져다주었더니, 너 시 그만 써라. 밥이나 사 먹어라, 하면서 삼천 원을 주더래. 너는 그렇게 시 쓰면 안 돼, 그러면서. 최승호 시인한테 가서 그 얘길 했더니 최 시인은 너한테 시 쓰지 말라고 하는 새끼들 다 죽여버려. 내가 제목이라도 지어줄게. 불닭 어떠니? 그러더래. 그래도 불닭은 좀 그렇다 생각하며 집에 와서 다시 고민했대.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뾰족한 사람이지. 그리고 밤엔 걸어 다니지 않고 날아다니지. 그래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시집 이름이 이렇게 해서 나왔대. 김민정 시인이 나중에 대한민국에서 책 제목 제일 잘 짓는 사람이 된 건 알고 있지? 안 된다고 했을 때 다시 생각하는 게 중요해. 시 쓰겠다는 후배한테 너 시 쓰지 말라고 얘기한 놈이 제일 나빠. 아주 재수 없는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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