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Mar 19. 2023

5년간 독하게 살았습니다

독서모임 '독하다 토요일' 이야기

어느 해 연말 동네 카페 '성북동콩집'에서 일 년 동안 읽은 책 리스트를 노트에 적는 저를 보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그러지 말고 함께 모여 책 읽는 모임을 만들어 보지 그래? 한국 소설만 읽는 모임이 좋겠어."

그렇게 해서 한 달에 한 번 가까운 친구들이 토요일 오후 2시에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수다를 떨다가 술을 마시러 나가는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모임 이름은 제가 '독(讀)하다 토요일'이라 지었습니다. 한자 읽을 독 자를 이용한 언어유희였죠. 처음 다룬 책은 제가 좋아하는 권여선 작가의 『안녕 주정뱅이』였습니다.


오늘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을 보니 이 모임이 벌써 5년이나 되었더군요. 그때 시작 멤버들이 아직도 거의 그대로 존재하고 있으니 이 분들도 참 무던하고 꾸준한 분들이에요. 하긴 모임의 모토가 '너무 열심히 하지 말자'니까 그렇게 부담이 되거니 힘들진 않았을 겁니다. 지난겨울에 저희 커플이 다른 일들로 좀 지친 것 같아 몇 달만 쉬어 가자고 했는데 이제 4월이면  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됩니다.  


5년 동안 한국 소설만 읽다가 이번엔 고전소설들을 읽어 보자고 해놓고 아직 리스트도 다 정하지 못했습니다. 후보작이 한 열 권 되니까 얼른 정해보겠습니다. 다음 주에 서점에 한 번 더 가 보고 결정할게요.  책 두께와 상관없이 우리가 함께 읽었으면 하는 재미있는 책으로 정하겠습니다. 어떤 책이 되든 예전에 읽었다고 다시 읽지 않고 오지 않기로 굳게 약속해 보자고요. 5년간 독하지 않게 책을 읽으며 살았습니다. 책 읽는 것보다 할 일이 많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좀 미련하게 모여서 읽고 쓰고 수다도 떠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살아요, 우리. 앞으로도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평론가·작가와 함께 보낸 음주티켓 사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