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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17. 2023

성북동 소행성 '밥잇수다' 후기

성북동 소행성에서 열렸던 요리와 술, 책 파티 이야기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된 자란 님은 농촌의 좋은 식재료를 발견하고 개발·유통하는 사업가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식재료를 판매하는 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독서량도 장난이 아니고 인문학적 소양이 뛰어난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대의 낭만'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예를 들어 이번 파티에 오는 분들의 자격을 '지적 허영심을 허용하는 분들'이라고 규정하는 식이죠) 어제 만들어 온 행사 리플렛을 보니 글씨 또한 너무 예쁘고 멋있게 쓰시더군요. 아내 윤혜자가 이런 자란 님과 뭔가 일을 꾸몄다고 하더니 그게 바로 어제 저희 집 성북동소행성에서 열렸던 파티 '밥잇수다'였습니다. 요리와 술, 그리고 책이 있는 파티였는데 어제는 그 첫 회로 총 여덟 분의 손님을 모시고 아내와 자란 님이 음식 솜씨를 뽐냈습니다.


윤헤자는 갑오징어 카르파치오와 전복버터구이를 내놓았고 자란 님은 바질크림과 관자스테이크, 감자퓨레, 아스파라거스 구이와 수란, 마늘쫑 어란 파스타, 엔쵸비 소라 알아히요 등등의 요리를 전광석화 같은 몸짓과 명랑 쾌활한 목소리로 선보였습니다. 저는 어제 낮에 일산에서 있었던 글쓰기 강연을 마치고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주엽역 근처를 빙빙 돌다 저녁 7시가 다 되어 집으로 돌아와 사소한 심부름을 하며 주방 옆에서 호시탐탐 백주를 홀짝였죠. 손님들도 시장해서 그런지 와인을 폭풍 흡입하시더군요. 음식을 내는 중간 윤혜자가 자신의 책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를 들고 북토크도 잠깐 했습니다. "이번 회비에는 책값도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오신 모든 분들께 책을 한 권씩 나눠 드렸고요.

일산은 물론 멀리 철원에서 오신 분도 계셨는데 거리와 스케일 면에서 이 분들을 제압하신 분이 바로 전날까지 치앙마이에 있었던 윤영미 아나운서였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만난 인포그라픽 계의 거성 김묘영 대표도 반가운 얼굴이었습니다. 다들 깔깔거리고 술잔을 높이 들며 즐거워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밤에 윤영미 아나운서의 남편 황능준 목사님이 '운전기사' 자격으로 오셨는데 처음에는 뭘 먹고 와서 괜찮다고 사양하시다가 윤혜자가 내놓은 마늘쫑 명란 파스타를 맛보시고는 눈이 휘둥그레해지시더군요.


처음 해보는 '밥잇수다' 행사는 힘도 들고 실수도 많았지만(아내가 파티 전 마당에서 샴페인잔을 다섯 개나 깼습니다) 꽤 매력 있었습니다. 자란 님은 밤새 달려 새벽에 보령 자택에 도착하는 투혼을 불살랐고요(술을 못 마시는 분이라 밤 운전이 가능합니다). 앞으로 자란 님과 윤혜자가 또 무슨 '지적 허영심'을 행사할지는 모르지만 이런 수다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이 연사 힘차게 속삭입니다. 어제 와주신 분들, 너무 즐겁고 고마웠습니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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