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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04. 2023

캠핑을 하기 전에 해야할 것들

옥천군 캠핑장에서 경험한 일박이일 황제캠핑

1. 편한 집 놔두고 왜 캠핑을 하는지 모르겠다.

2. 하고 싶긴 하나 텐트도 없고 엄두가 나지 않아서

3. 유명인들이 하는 걸 TV로 보면 되지 뭐


캠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마음대로 상상해 보았다. 나는 1이나 3은 아니고 2에 가깝지 않나 생각하다가 ‘에이, 사실은 잘 모르고 또 게을러서 못 하는 거지 뭐’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뭐든 알아야 할 수 있고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

옥천군에 있는 마로니에숲캠핑장에 왔다. 방송작가이자 방스미디어 대표이기도 한 방성예 선생은 10년 넘게 캠핑을 해온 맘캠퍼인데 언젠가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을 함께 했던 멤버들에게 황제캠핑을 한 번 선물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토요날 낮에 미리 대전에 내려와 있던 아내와 나를 방성예 선생이 픽업했고 서울에서 김기상 선생, 나다윤 선생이 따로따로 내려왔다. 캠핑장엔 전날 방성예 선생이 와서 쳐 둔 텐트가 세 개 서 있었다. 방 선생이 타프를 치는 동안 나는 구석에 앉아 아침에 쓰던 연극 <20세기 블루스>의 리뷰를 마저 썼다.

짐들을 정리하고 타프에 가로줄을 맨 뒤 휴지걸이도 걸고 천으로 공구 가방 가방도 거는 모습이 신기했다. 방선예 선생은 이런 걸 하면서 ‘점점 진화되는 느낌’이 드는 게 좋다고 했다. 캠핑의 재미는 하나하나 손으로 준비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해가 지기 전의 햇빛에 반사된 텐트와 숲 풍경은 아름다웠다. 캠핑 사이트 옆에 있는 저수지의 윤슬이 정말 아름답다고 했는데 그건 놓쳤다. 냄비에서 끓고 있는 밥 냄새가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이어지는 식사와 와인의 시간도 좋았다.

어두워지자 가스등의 빛이 황제캠핑의 정취를 정점으로 올려 주었다. 캠핑 초보인지 아닌지는 조명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사이트를 둘러보면 스마트폰 조명을 켜놓고 있는 팀이 가끔 있는데 그들은 백 퍼센트 초보란다.  숲 속의 밤이 얼마나 어두워질지 상상하지 못하기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지식이 양이 상상력을 결정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해주는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남성들이 큰 조명이나 큰 의자를 구입함으로써 모든 걸 한 방에 해결하려는 ‘무식한’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금물이다. 방성예 선생은 초보 캠퍼들에게 ’텐트부터 사지 마라’라고 충고한다. 먼저 경험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밥을 다 먹고 장작불로 불멍을 하며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이야기도 하고 방성예 선생이 구상하고 있는 캠핑 사업 이야기도 했다. 중간에 텐트를 점검하며 ‘사실은 텐트보다 중요한 게 매트’라는 얘기도 했다. 캠핑장에 텐트만 싣고 오면 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텐트보다 부피가 크고 무거운 짐은 매트라는 것이다. 방성예 선생이 얘기할 때마다 캠핑 상식과 통찰이 튀어나왔다. 와인 오프너가 없어서 칼로 코르크 마개를 분해하던 김기상 선생이 희 티셔츠에 레드 와인을 뒤집어쓰는 바람에 모두들 크게 웃었다. 김기상 선생은 ‘중요한 티셔츠’라며 얼름 옷을 빨아 빨랫줄에 널었다.


방성예 선생이 십 년 전 마로니에숲캠핑장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쓰고 댓글을 주고받다가 캠퍼들을 만나게 된 이야기는 너무 흥미로웠다. 그걸 계기로 이 캠핑장 대표님과 친해졌고 지금까지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방성예 선생이 전기 콘센트를 끌어오다가 벌에 쏘였을 때도 대표님이 직접 와서 주변을 점검하고 방 선생을 염려해 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캠핑장도 주인의 인격이나 성향을 닮는 모양이다. 저녁을 먹고 언덕 위쪽으로 올라가 산책을 하며 다른 텐트들을 둘러보았는데 목소리를 높여 웃거나 떠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방성예 선생을 제외한 사람들이 늦게까지 불 앞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는 먼저 텐트로 먼저 들어와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베개 없이 잔 아내는 좀 불편하게 잔 것 같았다. 하긴 밖에 나오면 잠을 거의 못 자는 아내다. 함께 화장실에 갔다가 아내는 다시 텐트로 들어갔고 나는 릴렉스체어에 앉아 이 글을 썼다. 방성예 선생과 윤혜자, 김기상 선생이 일어나 나와 주섬주섬 청소를 했다. 윤혜자와 내가 설거지를 하러 가려고 했는데 방성예 선생이 수고롭게 그러지 말고 이따 한꺼번에 하라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김기상 선생이 원두커피를 간다. 조금 이따가 커피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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