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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28. 2023

글을 쓰는 건 마음을 쓰는 일이기도 하다

김민섭의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

김민섭 작가는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한 후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이거 이번에 제가 쓴 거예요." 하고 학술회 발표 자료집을 드렸다. 그랬더니 다음날 어머니가 밥상 앞에서 "어제 준 논문 읽었어. 정말 잘 썼더라."라고 말씀하시고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러니까 잘 쓴 거겠지."라고 덧붙이셨다고 한다. 순간 밥이 넘어가지 않았던 그는 그 이후로 글을 쉽게 쓰기로 마음먹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머니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글을 좋은 글이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민섭 작가의 새 책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은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로 가득하다. 계속 써야 작가다, 모든 글쓰기는 연결·지속·확장되어야 한다, 글쓰기와 책 쓰기는 결국 사람들에게 가 닿는 일이다 등등 내가 평소 생각하는 것과 거의 같은 내용들이 김민섭 작가만의 경험과 에피소드로 펼쳐져 있다.


김동식 작가와의 만남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그날 만들어진 가장 재미난 글'을 찾아다니던 김민섭 작가가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서 '복날은간다'라는 조금 특이한 아이디를 가진 작가를 발굴해 요다의 대표 한기호 소장에게 소개하고 한꺼번에 세 권의 책을 내게 한 것은 이미 유명한 에피소드다. 그러나 김동식이라는 문화계 신데렐라 탄생 배경에는 '이 사람이 잘 되었으면'이라는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들이 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기호 소장은 중학교밖에 졸업을 못한 사람이 이렇게 글을 잘 쓰니 어떡하든 좋은 작가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 신인의 책을 세 권이 한꺼번에 내주는 모험을 감행했던 것이고, 김민섭 작가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서평을 최초로 써 준 것은 물론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의 작업실까지 쓰게 해 준 한기호 소장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김동식 작가를 소개해 준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심코 글을 섰던 자신에게 이렇게 큰 기회를 준 두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써야지, 하고 초단편 소설 수백 편을 쉬지 않고 쓴 김동식 작가의 마음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책을 내고 나면 출판사뿐 아니라 작가도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김민섭 작가는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의 정지우 작가와 『하버드 상위 1%의 비밀』을 쓴 정주영 작가의 꾸준한 SNS 활동을 예로 든다. 정지우 작가는 조금 긴 글에 어울리는 페이스북에 꾸준히 좋은 글을 쓰고 정주영 작가는 짧은 글을 카드뉴스 식으로 만들고 자신의 책 제목을 넣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다. 꼭 책 판매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작가 자신을 위해서라도 매일 글을 써야 한다는 얘기는 너무 당연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작가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SNS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방 같은 곳이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SNS에서 이미 읽은 글을 책에 똑같이 실으면 그걸 누가 읽겠느냐 하는 분도 있지만 사실 독자들은 그를 지켜봐 온 그 시간을 사는 것이다. ‘ 이 사람은 이런 과정을 통해 여기에 이르렀구나’ ‘그 결과물은 어떨까?’하는 응원의 마음이 들도록 해주는 게 페이스북 공간임을 잘 알았던 김민섭 작가는 김동식의 『회색인간』이 나왔을 때도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하루 100명씩 1,000명에게 책 구매 독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야말로 ‘이 사람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의 결정체다.


김민섭 작가는 대학강사를 하는 동안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초고가 되는 글을 한 편 썼는데 그 생각의 단초는 ‘대한민국 대학이라는 곳이 적어도 맥도날드보다는 나은 공간이어애 하지 않겠느냐’라는 것이었다. 또한 대학을 나와 대리운전을 하면서는 ‘어쩌면 이 사회가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졌고 그 의문은 『대리사회』라는 책으로 발전되었다. 이처럼 그의 글은 실생활을 통해 만들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퍼져나간다.

글쓰기를 이론으로 가르치면 ‘수박 겉핥기’밖에 안 된다. 그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김민섭 작가처럼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글을 통해 자신의 진심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는 사람이 진짜 글쓰기 선생이다. 이 책은 매일 쓰는 사람은 좋은 삶을 사는 사람이고 우리의 삶은 결국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매일 쓰는 삶이 어떻게 좋은 삶을 만드는지 궁금한 분이라면 이 책을 읽으시라. 16,800원에 그런 삶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남는 장사 아닌가.


(*책에 『아무튼, 망원도』덕분에 망원동에 있는 스마트안경원 딸에게 이메일을 받고 다시 그 가게를 찾아간 이야기를 읽다가 제가 예전에 썼던 리뷰가 생각나서 그것도 첨부해 봅니다 : https://brunch.co.kr/@mangmangdylujz/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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