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서 만난 김탁환의 『사랑과 혁명』
교보문고 23층은 처음이었다. 아내는 김탁환 작가처럼 유명하고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경우엔 23층에서 북토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 달 전에 나온 그의 최신 소설 『사랑과 혁명』1,2,3권을 사놓았으나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1권밖에 읽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왔던 19세기 초 신유박해와 정해박해에 대한 이야기다. 이 땅에 자생적으로 천주교가 들어오고 목숨을 건 공동생활과 순교를 통해 뿌리내린 것도 신기하지만 이백 년이 지나 정해박해 때 신자들이 고문을 당했던 곡성의 감옥 바로 옆에 김탁환 작가가 살게 된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김탁환 작가는 살이 약간 빠지긴 했지만 밝은 표정이었다. 김 작가는 자신이 곡성에 가서 살게 된 계기와 거기에서 농사를 짓고 칼럼을 쓰고 글쓰기 선생을 하고 마을영화제 위원장과 생태책방의 주인, 그리고 소설가로 살게 된 근황에 대해 얘기했다. 곡성이 '골짜기가 성(城)을 이룰 정도로 많다'라는 뜻인 것도 어제야 비로소 알았고 그가 생태책방 이름을 '들녘의 마음'이라 지은 이유도 2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들녘이 새 소설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막연한 질문을 받으면 예전엔 막연하게 대답했는데 언제가부터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김탁환은,
1) 곁으로 가라(쓰고 싶은 곳이나 사람이 있으면 거기로 직접 가서 살펴보거나 한동안 살아라),
2) 어떤 것에 대해 1,000번 정도 생각하라(장편소설을 쓰려면 주제나 주인공에 대해 천 번 정도 생각하게 되더라. 그러려면 한 3년의 시간이 필요)
3) 몸과 마음으로 쓴다(가만히 앉아서 쓰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걷고 일하는 것도 가 쓰는 과정이다)
등등의 비결을 털어놓았다. 특히 두 번째는 '어떤 것에 대해 계속 오래 생각하면 글이 된다'라고 했던 소설가 황정은의 이야기와 상통한다. 나는 김탁환 작가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이 왜 이런 '영업비밀'을 털어놓는지 안다. 아무리 가르쳐 줘도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다음에 만나면 또 묻는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요.
김탁환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등장인물'을 넘어 '등장만물'에 대해 깊은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곡성 출근갈애 매일 만나는 거위 다섯 마리를 '궁, 상, 각, 치, 우'라고 해서 소설에 넣은 이유도 그것이다. 그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었다는 독자를 몇 명 만나지 못했다고 하면서 이 책은 ‘시간이 나면 읽는 책이 아니라 시간을 따로 내서 읽는 책'이라며 웃었다. 1,2,3권의 문체나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는 힌트도 주었다(실제로 뒷풀이 자리에서 여은영 작가는 2부의 고문 장면이 매우 읽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김탁환 작가의 영원한 팬인 윤재호 선생을 몇 년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했고 정혜승 작가도 만났다. 내가 아직 새 책을 사지 못했다며 화들짝 놀라는 척을 했더니 관대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앞으로 관철동애서 펼쳐질 새로운 프로젝트 이야기에 환호했다. 같이 오신 오희승 저자와도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저자 사인을 받는 동안 나는 사진을 찍었다. 무거워서 책을 가져오지 않아 사인도 받지 않은 나는 김탁한 작가에게 잠깐 2차를 가서 맥주를 마시자고 뻔뻔하게 제안했다.
광화문에 맥주집이 이렇게 없는지 몰랐다. 우리는 이 건물 저 건물을 찾아 헤매다 결국 로바다야끼에 가서 삿뽀로생맥주를 시켰고 한 잔 또는 두 잔을 마신 뒤 헤어졌다. 다음날 일찍 김탁환 작가가 순창의 중고등학생들엑게 강연을 하러 가야 하게 때문이었다. 곡성에서 만나요. 김탁환 작가와 아내가 헤어지며 한 인사였다. 책을 마저 읽고 내년엔 곡성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