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에 쓰는 공처가의 캘리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는 그 사람의 대중적 친화력이나 인기도 때문에 ‘그렇다면 인품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속거나 낭패를 보는 경우가 꽤 있다. 글이 거칠거나 통찰이 다소 부족해 보여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조회수가 높은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하는 생각에 나의 본능적·직관적 판단력 따위를 무시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글이나 말은 그 사람의 학식이나 됨됨이는 물론 분위기, 성장 배경이나 밑천까지 다 드러낸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친구 관계나 ‘가까운 친구’의 리스트 등이 자꾸 그런 것들을 무시하게 만든다. 더구나 실제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의 경우엔 ‘잘 나온 사진 한 장’으로 그 사람을 상상하거나 규정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돈까지 잃은 적은 없지만 ‘적어도 저 사람이 저 정도는 아닌데’ 하는 경우가 자꾸 늘어난다. 하지만 누굴 좋아하거나 높게 평가하는 걸 하지 말라고 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니 입을 다물고 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믿을 만한 건 역시 ‘오프 라인’으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이들과 얼굴 마주 보고 하는 ‘뒷다마’(뒷담화는 방송작가들이 만들어낸 말입니다. 그렇다고 뒷다마가 좋은 단어라는 뜻은 아니고요. 그냥 이것 말고는 뉘앙스를 전하기 힘들어서 씁니다)가 제일 재미도 있고 안전하다. 녹취되어 세상에 알려지면 큰일 날 정도로 은밀하거나 한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내와 만날 때도 “우리는 친구가 없다는 게 공통점이잖아.” 같은 걸 농담이랍시고 했는데 이젠 그게 점점 진담이 되고 있다. 할 수 없이 내년에도 아내와 잘 지내야겠다. 결론이 뭐 이러냐. 아내는 잠깐 낮잠을 주무시겠다고 하고 나는 책상에 앉아 이런 글이나 쓰고 있는 12월 31일 오후 두 시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