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의 『단 한 사람』
12월 31일과 1월 1일을 함께 한 소설은 제주의 책방 소리소문에 갔을 때 산 최진영의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게 되고 그중에 단 한 사람만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재밌는 건 그들에게 이런 주문을 하는 존재가 나무라는 사실이죠. 작가는 어떤 신적인 존재를 생각하다가 나무를 떠올렸을 겁니다. 아주 오래 살고(지구에는 9천 년을 산 나무도 있다고 합니다) 한 곳에 서서 인간들을 지켜보는 나무 같은 생물이라면 인간에게 그런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보았겠죠.
주인공 중 하나인 목화는 ‘보건교사 안은영’처럼 신이나 ‘본부’의 존재를 믿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소수의 사람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죠. 그러니까 이 소설은 초능력을 가져서 행복하기보다는 그 능력 때문에 자칫 불행해질 수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오락물로 그칠 수도 있는 소재를 가지고 최진영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존재론을 탐구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잘 쓰는 작가는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지난번 소설 <구의 증명>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먹는 아이디어였죠. 대단해요.
비행기가 나는 방식 중 아직 답을 찾지 못한 방정식이 있다는 대목을 얘기하면서 ‘답이 없어도 비행기는 나는구나, 왜 사는지 몰라도 계속 사는 것과 비슷하네요, 같은 명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책입니다. 아, 소설 중간에 일화가 교내 백일장에서 일 등을 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녀가 쓴 글이 다른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지 묘사하는 대목도 너무 재밌습니다. 나중에 목화와 목수 쌍둥이 남매가 목공소 다니면서 ‘끌사장’에게 듣게 되는 무당이 된 여동생 얘기 역시 허무맹랑하지 않아서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요. 삶과 죽음, 신의 문제 등을 이렇게 쉽고도 능숙하게 다루다니요. 우리나라 젊은 소설가들이 얼마나 잘 쓰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