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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12. 2019

그 티켓은 어떻게 됐을까?

공항에서 빚어보는 백일몽

서양 영화든 한국 드라마든 멜로물을 보면 회사의 보스나 상사가 갑자기 품 속에서 비행기표가 든 봉투를 꺼내 주인공에게 내미는 경우가 있다.

 "오늘 저녁 뉴욕행 티켓이네. 이사회가 자네를 뉴욕으로 보낸다는 건 특별한 기회를 준다는 뜻이야."

그러나 호의적인 소식을 알리는 기쁨에 들뜬 상사의 표정과는 달리 주인공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한다.

"죄송하지만 저는 갈 수 없습니다. 오늘 저녁에 꼭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황당해하는 상사를 뒤로 한 주인공은 이내 준비해놨던 꽃다발을 찾아들고 여자에게 달려간다.

나는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아니, 왜 저 자식들은 본인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비행기표를 끊고 난리야?'라며 속상해했다. 그리고 그다음 티켓의 행방이 궁금했다. 그 상사는 그날 저녁 티켓을 어떻게 했을까. 주인공에게 거절을 당했으니 환불 요청서를 작성하고 팩스를 보내서 위약금을 제외한 현금을 돌려받았을까, 아니면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라도 쓰자, 하고 혼자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까.

TV나 영화를 보면서 이런 걸 생각하는 건 쪼잔하고 분위기 깨지는 일이지만(멋지게 지포라이터로 담뱃불을 붙이는 카우보이가 집에서는 라이터돌을 갈고 휘발유를 넣느라 애쓰는 장면이라든가 웨이브진 장발의 락스타가 아침엔 숙소에서 혼자 그루프를 말고 앉아 있는 장면이라든가) 난 어쩔 수가 없다. 제주 가는 공항에 와서 커피를 한 잔 하며 이런 쓸 데 없는 백일몽에 빠져 있다가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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