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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15. 2019

휴식

제주도 '술의 식물원'에서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 대부분은...목적 없이 버스에 올라타 음악을 들으며 이동할 때, 사람 없는 조용한 카페에서 말없이 글쓰기에 몰두할 때, 방학 기간 인적 드문 도서관을 찾아 창가 자리에 앉아 읽고 싶었던 책을 가득 쌓아놓고 읽을 때, 서점에서 여유 있게 책 구경을 할 때, 읽은 책을 곱씹으며 정리된 생각을 노트에 차분히 적어 내려 갈 때, 희미한 촛불을 켜놓고 따뜻한 물로 적막 속에서 샤워를 할 때...

송당리에 있는 '술의 식물원'에 와서 어제 '디어 마이 블루'에서 산 에세이 [내향인입니다] 중 '혼자인 시간이 참 좋다'라는 글을 천천히 읽고 있다. 제주에 와서 첫날부터 어젯밤까지 쭉 사람들과 어울리느라 혼자인 시간을 전혀 갖지 못했다. 그래서 꼭 한 번 와봐야지 했던 이 카페를 찾아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왔다. 한유석 대표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잠깐 서로의 안부를 물은 뒤 내가 시킨 일본 위스키 한 잔에 자신이 만든 아이스 커피까지 가져다 주곤 조용히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한 팀 있던 여자 손님 둘도 어느새 계산을 하고 사라져버렸다.

내 마음속에 숨어있던 이야기들로 에세이 한 권을 채운 권민영의 글과 내 마음을 헤아려 주는 카페 주인을 한꺼번에 만나는 드문 경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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