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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28. 2024

깊은 산속 옹달샘 말고 서점!

미옥서원에서의 윤송현 작가 북토크 후기

보령 오서산 깊은 곳에 ‘미옥서원’이라는 책방이 있다는 건 몰랐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그곳에서 열리는 북토크에 참석하게 되었다. 차를 타고 숲 속으로 한참 올라가자 기와집과 양옥이 어우러진 건물들이 나타났다. 스케일에 놀라다가 현판 글씨가 신영복 선생의 필체라 또 한 번 놀랐다. 이런 곳에 서점이라니 이걸 만든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토크 작가는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의 윤송현 작가였다. 책은 한기호 소장님이 운영하는 학교도서관저널에서 나왔는데 내가 산 책은 3쇄 본이었다. 인문학자인 윤 작가는 책과 교육에 대한 평생의 관심과 틈 날 때마다 북유럽의 국가들을 여행하고 연구하며 느낀 점들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시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시민들과의 경험도 한몫했을 것이다.


도대체 북유럽은 어떻게 해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때부터 책을 읽고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나, 에 대한 질문과 탐색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었다. 조금 늦게 도착한 우리는 대충 흩어져 자리에 앉아 윤송현 작가와 이재종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엔 빗지 않은 머리와 남방 차림 때문에 좀 완고한 느낌이었으나 특유의 솔직한 달변과 간간히 튀어나오는 유머 때문에 바로 북토크에 빠져들 수 있었다. 사회를 맡은 이재종 대표도 너무 박식하고 재밌는 분이었다.


나는 핀란드 학생들이 교과서를 펴 놓고 주입식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대신 ‘사회구성주의적 학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중심으로 일과를 보낸다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북토크는 이재종 대표가 책에서 발췌한 부분을 읽거나 가리키며 윤성현 작가에게 대답을 강요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순간순간 알차고도 깊었다. 이 대표와 윤 작가의 티카티카도 즐거웠다.


나는 쉬는 시간에 윤 작가에게 어렸을 때 TV에서 본 할리우드 영화 《모든 것은 키스에서 시작되었다》 얘기를 하며 제목 잘 지었다는 말씀을 드렸다. 숲 속에 이렇게 큰 서점을 지은 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여기까지 온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다음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또 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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