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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08. 2024

에드거상을 탄 소설을 파는 책방 '검은고양이'

윤혜자 편성준의 보령 한 달 살기

인정이 넘치는 인정식당을 나와 '검은고양이'라는 서점을 찾아갔습니다. '서점 카페 검은고양이 KURONENKO'라 쓰여 있는 이 집을 들어가니 서점 여기저기에 애거서 크리스티나 히가시노 게이고 등의 추리소설들이 즐비한 걸로 봐서 아무래도 추리소설 전문서점 같았습니다. 저는 특히 판매용 책꽂이에 있는 홍콩의 추리소설 작가 찬호께이의 『망내인』이 반가웠습니다. 이미 『13.67』 등 이 작가의 소설을 세 권이나 읽었는데 이 작품은 아직 못 읽었거든요. 그런데 아내가 매대 위에 있는 다른 책을 가리키며 "여보, 에드거 앨런 포 상을 탔대."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놀라서 쳐다보니 '붉은 궁'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캐나다에서 자라 미국에서 활동하는 허주은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책을 펼쳐 앞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역사를 좋아하던 허 작가는 사도세자 얘기를 듣고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우여곡절 끝에 에드거상 후보에 올라 뉴욕으로 갔을 때도 '한국의 역사, 한국의 비극을 다루고 한국 여성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이 미국의 권위 있는 미스터리상을 탈 리가 없잖아?'라며 그냥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었는데 수상을 했고 급기야 한국어로 번역까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소설책을 사고 커피도 한 잔 사서 창가에 앉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창문 옆 '읽는 책'란에 있는 강풀 작가의 『타이밍』을 읽었습니다.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며 "저도 글을 쓰는 작가인데, 제 책은 여기에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네요."라고 인사를 했더니 사장님이 어느새 인스타그램으로 저와 아내를 팔로우했다며 웃으셨습니다. 사장님은 얼마 전까지 보령시청에서 일하다가 정년을 몇 년 앞두고 그만두고 서점을 차렸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보령한달살기'를 하고 있지만 7월부터는 보령으로 살러 올 거라고 했더니 매우 반가워하셨습니다.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돕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좋은 곳에서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사람을 만나니 비가 와도 쓸쓸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점심때 보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출판사에서는 드디어 제 책이 나왔다고 연락이 왔는데 저는 아직 보령에 있습니다. 내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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