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May 08. 2024

쏘카를 타고 보령을 달리다

윤혜자 편성주의 '보령 한 달 살기'


추리소설을 파는 서점 '검은고양이'를 나와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까 아내가 오후엔 뭘 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아무 계획이 없다고 해맑은 얼굴로 대답하다가 아내에게 야단을 맞았습니다. 도대체 여행에 관심에 없고 뭐든 자신에게만 맡겨 놓아서야 되겠냐는 힐난이었습니다. 이어 아내는 제게 보령의 쏘카를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앱을 켜고 렌터카 쏘카를 알아보니 대천역 바로 앞 '문도노보'에 쏘카존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올 뉴 코나'를 하나 빌려 무궁화수목원에 갔습니다. 비 오는 화요일이라 사람도 별로 없더군요. 수목원을 돌아다니다가 보령석탄박물관에도 갔습니다.  석탄박물관에 가서야 보령이 화력발전으로 유명했던 곳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부터 얼마 전까지 번성했던 지역 광산의 모습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막장드라마'의 막장이라는 단어가 바로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물론 뜻은 드라마 쪽이 더 비참하고 나쁘지만 말입니다.


박물관은 생각보다 넓고 길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출퇴근하는 광부들의 지켜야 할 금기 사항'이었습니다. 출근 전에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하지 않거나 '죽을 사'자를 연상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는 징크스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비하적이고 미신적인 타부들도 많았지만 비좁고 탄가루로 가득한 열악한 공간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던 광부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개 숙여졌습니다.

쏘카를 4시간 빌렸는데 배가 고파 일찍 반납하고 '은성식당'에 가서 아구찜에 소주를 마시고 호텔로 돌아와 잤습니다. 그러나 12시에 일어나 그날 해야 할 일을 안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로비로 내려가 새벽 4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요즘 화, 목, 금요일마다 아르바이트 삼아 하는 일이 있었는데 저는 어제가 월요일인 줄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4시에 일을 끝냈는데 잠이 안 와서 검은고양이에서 산 소설 『붉은 궁』을 조금 읽다가 올라와 잤습니다. 어제 오후와 오늘 새벽에 보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출판사에서는 드디어 제 책이 나왔다고 연락이 왔는데 저는 아직 보령에 있습니다. 서울엔 내일 갑니다.  



작가의 이전글 에드거상을 탄 소설을 파는 책방 '검은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