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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13. 2024

'최인아책방'이라는 브랜드의 힘

『읽는 기쁨』의 북토크 후기

사람의 이름을 딴 건물이나 기업의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죠. 뉴욕의 케네디공항과 링컨센터뿐만 아니라, 조지 워싱턴대학교, 레오나르도 다 빈치공항, 그리고 존스 홉킨스 병원 등이 그렇습니다. 이처럼 이름을 딴 건물이나 기업은 그 인물의 업적과 영향력을 기리며 기억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방금 언급한 경우들만큼 크진 않지만 전직 광고인의 이름을 넣은 최인아책방 역시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최인아라는 인물의 철학과 열정이 깃든 문화공간입니다. 더구나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그 회사 부사장까지 역임한 최인아 대표가 광고나 컨설팅 회사가 아닌 책방 운영을 택했다는 건 다른 일로 옮겨간 게 아니라 그동안의 업에서 책이라는 종목으로 그 정신의 폭을 넓혀 간 것이기에 더 가치 있는 발걸음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지난 목요일 저녁에 저는 최인아책방GFC점에서 제 책 『읽는 기쁨』의 북토크를 했습니다.


저녁 6시 30분쯤 서점 안으로 들어서니 정지현 매니저와 직원 두 명이 반갑게 저를 맞아 주었습니다. 최인아 대표는 안에서 회의를 하고 계시다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40명 정원이 모두 찼습니다. 저는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첫 책 『부부가 둘 다 놓고 있습니다』라는 책을 내게 된 사연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거기 모인 마흔 명의 여성들(남성이 한 분도 없었습니다)이 눈을 반짝이며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특이하게도 건축을 하는 친구 넷이 같이 온 팀이 있었는데 그중 한 분인 김순영 님은 건축 말고 다른 데도 좀 관심을 기울이자는 의견이 모아져 오게 되었다고 해서 박수를 받았고, 오로지 이 행사에 오기 위해 청주에서 아침부터 서둘러 왔다고 한 이윤지 님은 그날 북토크의 주체인 제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번 책은 '책을 읽는 기쁨을 되찾아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썼지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읽고 쓰는 일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계기를 찾지 못하거나 자신감이 없어서 시작을 못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제 최인아책방에 온 분들도 그런 경우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50분 정도 저 혼자 떠드는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어떤 분은 이 책에서 소개한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구입했다고 했고 또 어떤 분은 이 책 덕분에 잊었던 독서에 대한 열망이 되살아 났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말하기보다 글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는 알쏭달쏭한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아마 어눌하고 소박한 제 말투가 평소 제 글과는 좀 다르게 느껴지셨나 봅니다. 아직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SNS에 쓴 글 중 '판소리 심리상담'이나 이름에 관한 글이 너무 잘 읽혀서 왔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를 잘 모르면서 북토크까지 오셨다는 건 그만큼 최인아책방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것이죠. 어쨌든 북토크가 끝날 때쯤은 모두 제 팬이 된 듯 만족한 표정으로 돌아가셔서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저자 사인 때 '읽는 기쁨' 말고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까지 가져와서 사인을 받은 분들도 있었습니다. 성북동 소행성의 손님방에서 살다가 지금은 페루에서 트레킹을 하고 있는 혜민 씨의 선배 류지혜 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책이 만들어준 이런 소중한 인연엔 늘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정이 모두 끝나고 나자 정지현 매니저가 잠깐 할 얘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약속이 있어서 30분 정도만 듣다가 떠난 최인아대표가 제게 글쓰기 연속 강좌를 제안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민섭 작가나 정여울 작가가 하고 있는 최인아책방 글쓰기 강좌를 제가 마다할 이유가 있나요. 아마도 8월 22일부터 6주간 새로운 주제로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다음 주 강연 기획안을 써보겠다고 하고 기쁜 마음으로 책방을 나왔습니다. 그다음 날은 한옥에서 나와 성북동의 '금월당'으로 이사를 하는 날이기에 마음이 좀 바빴습니다. 이 리뷰도 이사 때문에 토요일인 오늘에야 보령에서 쓰고 있습니다. 암튼 목요일 저녁은 최인아책방이라는 브랜드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와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책을 읽어 주신 분들 역시 너무 고맙고요. 어제 출판사 대표님에게 곧 5쇄를 찍는다는 귀띔을 받았습니다. 모두 당신과 읽는 기쁨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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