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바다까지 15분 거리입니다
어젯밤 보령에 온 아내와 술을 마시고 잤다. 아내는 '서울에서 혼자 자니 누워서 만지거나 껴안을 사람이 없더라' 라며 웃었다. 나도 혼자 자니까 이상하더라고 대답했다. 아내와 잘 때는 잠이 안 와도 '아내가 자니까 나도 그냥 자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데 혼자 침대에 누우면 '지금 꼭 자야 하나?' 하고 다시 불을 켤 때가 많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창문을 열고 밖을 보더니 연립주택 주차장에 있는 감나무에 감이 많이 열렸다며 하나만 따야지 하고 나갔다. 순간 아내에게 대천해수욕장에 가자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갔더니 마침 계단을 올라오던 아내가 나를 보고 "여보, 우리 대천해수욕장 가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어, 나도 대천해수욕장 가자고 하려 했는데."
아내는 손이 안 닿아서 감은 한 개도 못 땄다며 웃었다. 스타벅스 대천해수욕장점에 가기로 하고 거기서 읽을 책과 노트 등을 가방에 넣어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바다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걸린다. 비가 오는 월요일 아침에 한산한 도로를 달려 바닷가로 왔다.
어제 술을 마시며 아내에게 지금 걱정거리가 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나는 새 책 원고 때문에 지난주에 정말 바빴는데 이제 원고를 다 넘겼고 추가 원고도 많이 써놨으니 걱정이 없다고 했다. 걱정 없이 월요일 아침에 온 바다는 평온하다. 옆의 옆 자리에 앉은 경상도 사투리 남성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큰 것 빼고는 완벽한 오전이다.